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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힘 좋은 ‘김군’, 한 손만 있으면 돼

등록 2012-02-14 20:31

김정은(25·부천 신세계)
김정은(25·부천 신세계)
3점슛 도사 김정은
원핸드슛 성공률 40% 달해
여자 농구선 흔치 않은 장점
“하루에 800개씩 연습했죠”

소속팀 4강 PO 탈락 아픔
런던올림픽 나가서 풀래요
별별스타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 천진하다. 하지만 여고를 갓 졸업한 티는 벗어난 지 오래다. 새내기 시절 주목받던 김정은(25·부천 신세계)은 어느새 프로 7년차 중견 선수가 됐다. 한국 여자농구의 간판으로 성장한 그는 6월 런던올림픽 세계예선 통과는 물론이고 본선 무대에서도 펄펄 날겠다고 다짐한다.

농구공을 잡은 산골소녀
김정은의 고향은 충남 청양 두메산골이다. 어려서부터 산과 들을 뛰어다녔다. 청양 정산초등학교까지 왕복 1시간 넘게 걸어 다녔다. 어릴 적부터 운동신경이 남달랐다. 그의 외삼촌들도 사이클과 육상 선수 출신이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외할머니 손에서 자란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운명을 바꿔놓은 사람과 마주친다. “온양 동신초등학교 농구부 안재근 선생님이었어요. 농구 선수를 뽑으려고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저를 발견했지요. 그러더니 ‘너는 손이 길고 키도 크니 농구 선수로 성공할 수 있다’며 스카우트를 했어요.”

어린 나이에 외할머니 품을 떠나 온양에서 숙소생활을 했다. “2주에 한번씩 주말에 청양 집에 갔다가 온양으로 돌아올 땐 나도 모르게 두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리곤 했지요.”

여자농구의 기대주 ‘김군’
운동은 힘들었고, 농구도 재미없었다. 그래도 “할머니가 걱정하실까봐” 농구를 그만두지 못했다. 중2 때쯤 농구에 흥미가 생겼다. “일대일 할 때 상대를 속이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여자 선수에게 흔치 않은 원핸드 슛도 그의 장점이었다. 마침내 중3 때 소년체전에서 우승하면서 농구판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온양여고 시절엔 전국 최강이었다. 웬만해선 그를 막을 수 없었다. 전국대회를 휩쓸었고 최우수선수도 언제나 그의 차지였다. 여자농구계에선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다”, “변연하 이후 최고다”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2006년 여자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당당히 전체 1순위로 신세계 유니폼을 입었다. 정인교 감독은 선머슴 같은 그에게 ‘김군’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프로는 마음처럼 녹록지 않았다. 첫해 신인상을 거머쥐고 베스트5에 뽑혔지만 그 뒤 좀처럼 기량이 늘지 않았다. 정인교 감독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농구가 아니라 힘들이지 않는 요령을 터득해야 한다”고 충고하곤 한다. 신인 시절부터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느라 발목, 무릎 등 온몸이 성한 곳이 없다.

득점여왕의 비밀
“고등학교 때까진 3점슛을 거의 던지지 않았어요. 골밑 돌파로 쉽게 득점했으니 굳이 던질 필요가 없었죠.” 그러나 프로는 달랐다. 돌파에 한계가 있었다. 3점슛을 연마했다. 그런데 2009~2010 시즌부터 3점슛 거리가 6.25m에서 6.75m로 길어졌다. “3점슛에 눈을 뜨고 있었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죠. 투핸드 슛으로 바꿀까 고민할 정도였어요.”


훈련강도를 높였다. 하루 500개씩 던지던 슛을 700~800개로 늘렸다. 효과는 나타났다. 이번 시즌 김정은의 3점슛 성공률은 40%를 넘나든다. 전체 1위는 물론이고 리그에서 최근 3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다. 가공할 3점슛을 장착한 그는 지난 시즌 득점여왕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경기당 18.6점으로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빠졌던 국민은행의 ‘쌍포’ 정선민(38·17점)과 변연하(32·16.9점)를 제쳤기에 순도가 더욱 높다.

김정은은 요즘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소속팀이 6개 팀 중 5위(12승21패)로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사실상 좌절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하나의 목표가 있다. 6월 런던올림픽 세계예선에서 티켓을 따 본선 무대에 나가는 것이다. “올림픽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대죠. 내 손으로 꼭 티켓을 거머쥐고 싶어요.” 그의 얼굴에 다시 천진한 웃음이 맴돈다.

글·사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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