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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리스트조차 ‘아뿔싸’…말도 못붙일 긴장감

등록 2012-03-27 20:21

김우진(왼쪽 위), 오진혁(오른쪽 위), 이성진(왼쪽 아래), 기보배(오른쪽 아래) 등 2012 런던올림픽 양궁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 나선 선수들이 23일 경남 남해 공설운동장에서 신중하게 시위를 당기고 있다. 선발전이라는 부담 때문에 70m 과녁 앞에서 극도의 긴장감을 드러냈다.  SBS ESPN 제공
김우진(왼쪽 위), 오진혁(오른쪽 위), 이성진(왼쪽 아래), 기보배(오른쪽 아래) 등 2012 런던올림픽 양궁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 나선 선수들이 23일 경남 남해 공설운동장에서 신중하게 시위를 당기고 있다. 선발전이라는 부담 때문에 70m 과녁 앞에서 극도의 긴장감을 드러냈다. SBS ESPN 제공
양궁 국가대표 2차 선발전
남녀 8명씩 숨죽인 대결
‘광저우 금’ 윤옥희 탈락
“올림픽보다 더 힘든 경쟁”
4차때 최종 3명씩 뽑아
감독 “천국과 지옥 오가”
“삐익~ 삐익~”

적막을 깨고 버저가 두 번 길게 울린다. 남녀 8명씩 16명의 선수들이 일제히 사대로 발걸음을 옮긴다.

“팅~ 팅~ 팅~”, “탁, 탁, 탁”

선수들이 활시위를 몇 번 당기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70m 거리의 표적대에 화살이 꽂힌다.

지난 23일, 런던올림픽 양궁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이 열린 경남 남해공설운동장.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국내 선발전이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 부슬부슬 가랑비까지 내려 스산함이 더했다. 오선택 남자대표팀 감독은 “사활이 걸린 싸움이죠. 내리는 비가 마치 탈락한 선수 마음같다”고 했다.

남해공설운동장은 크리켓경기장에서 열리는 런던올림픽 양궁경기장과 환경이 비슷하다.

장영술 대표팀 총감독은 “크리켓경기장의 스탠드, 바람, 햇빛 방향 등을 고려해 이 곳을 택했다”며 “대회 기간 중 맑았다가 바람 불었다가 비까지 내리니 적응력을 키우는데는 금상첨화”라고 했다.

오전 경기를 마친 임동현(26·청주시청). 두 차례 올림픽과 두 차례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일군 에이스의 표정이 침통하다. 소감을 물었더니 말이 없다. 간신히 “긴장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점수판을 보니 오전 1·2라운드에서 4위와 6위에 머물렀다. 대한양궁협회 윤병선 사무국장은 “선수들이 무척 예민해져 있다”며 “이럴 땐 우리도 함부로 말을 못 붙인다”고 했다.

전날까지 여자부 1위를 달린 기보배(24·광주시청)는 이날 오전 1·2라운드에서도 1위와 3위를 기록해 종합 1위를 지켰다. 그에게 1위를 한 소감을 물었더니, “1등이요?”라며 반색했다. 그는 “오전 스코어는 일부러 안 봤다”고 했다. “스코어를 확인하면 집중력이 흐트러진다”는 설명이 따랐다.

그는 “국내 선수들은 실력이 엇비슷하기 때문에 국제대회보다 더 힘들다”며 “선발전 기간 동안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런던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은 남녀 각각 12명 중 1차에서 8명, 2차에서 6명, 3차에서 4명, 4차에서 마지막 3명씩만 살아남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이번 선발전은 1위 6점, 6위 1점식으로 득점을 안고 3차 선발전에 오르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 장영술 총감독은 “단 한발이라도 실수하면 엄청난 영향이 온다”고 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이창환(30·코오롱)은 첫날 3위로 출발했다가 둘째 날 슛오프(연장전) 한발에 리듬을 잃고 7위로 탈락했다.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 여자부 2관왕 윤옥희(27·예천군청)도 “첫 단추를 잘못 뀄다”며 탈락의 변을 대신했다.

망원경으로 표적대를 보며 점수를 확인하는 실업 감독들도 초조하다. “커트라인에 걸려 있으니까 답답하네요. 선수보다 더 힘들어요.” 5위를 달리던 김민정(20)의 소속팀 현대모비스 양창훈 감독의 한숨이다. 이날 4위에서 6위로 미끄러진 최현주(29·창원시청)는 간신히 살아남았다. 최현주의 소속팀인 창원시청의 이용호 감독은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2차 선발전이 끝나도 여유를 부릴 수는 없다. “무사히 마쳤네요.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 내일 하루 쉬고 모레부터 또 훈련해야죠.” 2차 선발전을 1위로 마친 기보배는 젖은 화살을 수건으로 닦으며 살짝 웃었다.

남녀 각 6명 중 4명씩을 뽑는 3차 선발전은 다음달 1일부터 5일까지 진천선수촌에서 열리고, 남녀 각 3명의 런던행 주인공은 5월 말 결정된다.

남해/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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