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김태술과 양희종(이상 인삼공사), 이광재(동부)는 대학 때부터 절친이다. 부산 동아고 출신의 김태술은 삼일상고의 양희종과 고교 때부터 알고 지냈다. 고교 농구 무대에서 이름을 날리던 때였다. 둘은 “같은 대학에 가자”고 했다. 농구인 2세인 이광재도 아버지(이왕돈씨·55)의 모교인 고려대에 가려다 “스타일에 맞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렇게 모인 셋은 연세대 03학번 삼총사로 대학 때부터 스타였다.
포지션은 달랐다. 김태술은 포인트가드, 이광재는 슈팅가드, 양희종은 스몰포워드였다. 당시 이들을 지휘한 김남기 감독은 “셋이 유난히 친했다”고 돌아봤다. 이들은 경쟁하면서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슈터 이광재는 공격보다는 수비가 좋은 양희종에게 슛폼을 가르쳤고, 수비가 약한 김태술은 양희종의 지혜를 들었다. 파워가 약했던 김태술은 “살을 좀 찌우라”는 조언을 들었다.
프로 드래프트에서 운명이 갈렸다. 김태술이 1순위로 에스케이(SK)에, 양희종이 3순위로 케이티앤지(KT&G·현 인삼공사)에, 이광재가 7순위로 동부에 나란히 지명됐다. 이광재는 “솔직히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고 했다.
신인 시절(2007~2008 시즌) 삼총사는 포스트시즌까지 경험했다. 케이티앤지의 양희종은 6강에서 에스케이의 김태술과 만나 이겼다. 하지만 4강에서는 동부의 이광재를 만나 쓴잔을 마셨다. 그해 이광재는 챔피언 반지를 끼었다. 드래프트 지명 때 울었던 이광재는 “희종이랑 태술이가 챔피언 반지를 무척 부러워 한다”고 했다.
첫 시즌 뒤 인삼공사로 이적한 김태술은 양희종과 한솥밥을 먹는다. 지난 22일 케이티(KT)와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김태술이 양희종에게 멋진 패스를 하고 코트에 쓰러졌고, 양희종도 레이업슛을 성공시킨 뒤 덮치듯 쓰러졌다. 그 때 둘은 코트에 누운 채 서로를 안으며 힘을 북돋웠고, 이 장면은 농구팬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이광재는 올해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해 동부의 외곽포를 전담하고 있다. 셋은 이제 챔피언전에서 맞서게 됐다.
챔피언전 1차전을 앞둔 27일, 삼총사는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만나 “다치지 말고 잘하자”고 덕담을 나눴다. 우정을 잠시 뒤로한 채 뜨거운 승부를 겨루고 있는 이들 가운데 과연 어느 쪽이 웃을까.
김동훈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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