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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폭력 감독 벗어나려 전학까지…”

등록 2005-07-25 19:16수정 2005-07-25 23:38

“폭력 감독 벗어나려 저학까지…”
“폭력 감독 벗어나려 저학까지…”
[학교스포츠긴급점검] 내 아이 운동부 보내기 겁난다
1.누가 이들을 때리는가?
2.우리도 외박 나가고, 휴가 가요.
3.학생인가? 프로선수인가?
4.지도자가 우선 바뀌어야 한다
5.“확 바꿔주세요” 들끊는 현장
6.대학을 바꾸자, 연고대부터

제보가 쏟아졌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공공연히 자행되던 학원스포츠 폭력은 다양한 형태로 이 땅의 어린 싹들을 멍들게 하고 있었다.

물론 모두는 아니지만, 운동부는 곧 구타와 매질을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풍토였다. 성적 지상주의, 메달 지상주의가 빚어낸 오래된 상처의 고름이다.

한국은 2004 아테네올림픽 때 금(9)·은(12)·동(9) 합쳐서 모두 30개의 메달을 땄다. 그해 말 현재 학생 운동선수는 초등학교(2만3422명) 중학교(2만8639명) 고등학교(2만6173명) 대학교(1만3641명)까지 9만여명. 올림픽 메달을 최고의 영광으로 치는 한국스포츠 풍토에서, 이들 학생선수들은 메달리스트를 키우는 밑바닥 토양 구실을 한다.

공부할 시간에 ‘매맞는 것’을 거부하지 못하고 운동에만 매달린 대다수 학생선수들의 희생은 무엇으로 보상받아야 하나. 시리즈 연재 중 들어온 독자의 수많은 제보는 바로 이런 ‘학교 스포츠 토양, 확 바꿔주세요’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삽자루로 몰매질(강원도 홍천 허아무개씨)

지난 15일 홍천에서 대학 1~2학년 축구대회 8강전이 열렸다. ㄱ대가 ㅈ대에 전반을 0-1로 졌다. 중간 휴식시간에 ㄱ대 코치가 선수들을 운동장 옆으로 데려가더니 삽자루 몽둥이로 사정없이 때렸다. 11명 전부를 어깨·엉덩이 가릴 것 없이 마구 때렸다. 너무 살벌하고 무서웠다.ㄱ대 감독은 프로감독도 했던 사람이다. 이 팀은 2-4로 졌다.

선수뿐 아니라 학생들도 맞는다(지방대 체육교육과 2년 김아무개양)

학원스포츠 폭력은 운동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체육 관련 학과에 입학한 비운동부 출신 학생이다. 일반 체육과 학생들도 수업 끝나면 전체 집합이다. 1학년 때 태어나서 처음 머리를 박아 보았다. 머리 박고 며칠 있으면 떡비듬이 올라온다. 운동부 친구가 하는 말. “그래도 공부가 쉬운줄 알아, 우리는 죽는다.”

방에 갇혀 몽둥이 찜질(초등학교 때 축구를 포기한 고3 수험생)

초등학교 때 꿈과 희망에 부풀어 축구부에 들어갔다. 힘이 들어 포기했다. 부모님과 함께 찾아가서 그만둔다고 하자 감독이 선수와 잘 상의해보겠다고 말했다. 부모가 돌아자마자 방에 갇혀서 몽둥이와 발길로 엄청 맞았다. 부모님과 몰래 교장실 가서 전학을 요청하고, 친구들과 인사도 못하고 도망나오듯 지옥의 축구부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감독이 술먹고 와서 아무 이유없이 때리곤 했다. 국가대표 선수들도 멋진 모습이지만 얼마나 맞아가면서 저기까지 올라갔을까.

각목들고 기다려라(경남 ㄱ고 출신 대학 1학년 김아무개군)

전국의 축구부들이 겨울엔 전지훈련을 온다. 2003년 1월 겨울방학 때 운동장에 앉아 훈련하는 모습을 봤다. 선수들이 불쌍할 정도로 맞는다. 학생들이 보든말든 신경쓰지도 않는다. 서울의 ㅈ대와 ㄱ고 경기 10분쯤 지났을까. 코치가 경기 중 선수를 불러냈다. 그 코치는 ㄷ프로팀에서 선수로 활약했던 사람이다. 그런 코치가 선수를 불러내 인정사정없이 얼굴을 주먹으로 때린다. 어느날 문지기가 자꾸 실수를 하니까, 그 코치는 “내 방에 각목 갖고 가 있어”라고 말했다. 순간 문지기는 겁에 질려 울려고 했다.

알몸으로 팔굽혀 펴기도(aa라는 이름으로 보내온 글)

선·후배간 폭력도 심각하다. 선·후배간 폭력은 재미를 위해 하는 경우도 있다. 알몸으로 팔굽혀펴기를 하기도 한다. 몸에 상처가 생기면 선생님들이 눈치챌 수 있어서 수건을 주먹에 두른 뒤 어깨를 사정없이 때린다. 행동이 늦었다는 이유로 뜨거운 사우나에서 한시간 동안 있다가 탈진해서 응급실 실려가기도 했다.

발길질 당하는 초등학생(학부모 정아무개씨)

4년 전 서울 흑석동의 한 초등학교 축구부 연습을 직접 봤다. 슛한 것을 문지기 아이가 발로 막았다. 그러자 코치가 그 문지기를 불러내더니 발로 찼다. “왜 건방지게 손으로 막지 않고 발로 막아. 그러니까 시합 때 항상 그 모양이지”라며 폭언을 퍼부었다. 그 아이는 위축된 채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공부시간은 자는 시간(광주의 한 고등학생)

1학년 1학기 때까지만 볼링선수였다가 이제는 평범한 학생이다. 운동부 때는 수업도 안들어가고, 수업 들어가더라도 선생님들은 자도 아무 말 안한다. 솔직히 운동부 선수들은 공부하기 싫은 애들도 꽤 많다. 한국 교육계는 운동부 선수들에게 배우려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 같다. 운동부 학생들이 감독 코치들에게 공부하고 싶다고 어렵게 말을 꺼내면, “공부? 나가 얼어죽을 소리. 니가 뭔 공부야 임마! 수업시간에 맨날 자는 주제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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