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상 등 5관왕 휩쓸어
시상식장에 들어설 때부터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났다. 열성 팬들이 사진과 각종 응원 글귀로 수놓은 대형 화환 5개를 행사장 앞에 나란히 진열해놓았다. 화환 앞에는 10㎏짜리 쌀 2포대씩 10포대가 놓였고, 케이디비(KDB)생명의 연고지 구리시청에 기부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신정자(32)는 “10년 전부터 알고 지낸 언니들이다. 갑자기 트레이드됐을 때 함께 짐 싸면서 울어준 분들”이라며 “어제도 만났었는데 이런 걸 준비한 줄 전혀 몰랐다. 화환을 보는 순간 울컥했다”고 했다.
화환 5개 덕분이었을까. 신정자는 9일 서울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신세계 이마트 2011~2012 여자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와 베스트5, 공헌도 1위(1535.7점)에게 주는 윤덕주상, 튄공잡기상과 수비상까지 5관왕에 올랐다. 베스트5와 튄공잡기상은 5년 연속 수상이고, 최우수선수상은 처음이다.
그는 “저한테도 이런 날이 있다는 게 감격스럽다”며 “최우수선수상은 팀 성적이 좋지 않아 마음을 비웠는데 트로피가 제 손에 들어올 줄 몰랐다”고 했다.
신정자는 화려한 공격 농구가 아니라 튄공잡기와 수비 등 궂은 일을 하는 선수다. 최다 출전시간(38분43초)의 강철 체력으로 거침없이 코트를 누볐다. 튄공잡기는 경기당 평균 12.5개로 2위를 평균 3개 이상 차이로 따돌렸다. 39경기에서 29차례나 두자리 득점과 두자리 튄공잡기를 동시 달성했다. 그는 “5개의 트로피 중에 튄공잡기상이 가장 애착이 간다”고 했다. 최우수선수 상금 500만원 등 이날 받은 상금만 1100만원에 이른 그는 “상금을 어디에 쓸지 생각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팬 언니들에겐 크게 한턱 쏘겠다”며 웃었다.
신정자에 이어 최다 출전시간 2위를 기록한 팀 동료 한채진(27)도 3점슛상과 3점슛 성공률상, 가로채기상까지 3관왕에 올랐다. 신정자는 “손발이 가장 잘 맞는 후배인데 우리 둘 다 상복이 터진 날”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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