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이호근 감독
리그 우승팀 감독 선임 관례 깨고 4위 이호근감독으로
협회의 논리 궁색…농구인들 “임달식 감독을 시기해서”
협회의 논리 궁색…농구인들 “임달식 감독을 시기해서”
국가대표 여자농구 감독 선임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농구협회는 18일 새 국가대표 여자농구 사령탑에 이호근(47) 용인 삼성생명 감독을 선임했다. 그동안 리그 우승팀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던 관례를 깨고 안산 신한은행을 6년 연속 통합우승을 이끈 임달식(48) 감독을 배제한 채 6개 팀 중 4위를 기록한 감독을 선임한 것이다.
이호근 새 감독은 6월25일부터 7월1일까지 터키 앙카라에서 열리는 런던올림픽 세계예선에 출전하고, 참가 12개국 중 5위 안에 들면 7월27일부터 열리는 런던올림픽 지휘봉도 잡게 된다.
농구협회가 새 감독을 선임하면서 내세운 논리는 크게 3가지. 우선 임달식 감독이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다.
임 감독은 2009년부터 대표팀을 이끌면서 체코 세계선수권 8강, 2010년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와 첸나이 및 나가사키 아시아선수권대회(ABC) 준우승 등을 일궜다. 체코 세계대회에선 박정은, 이미선, 최윤아 등 주전들의 줄부상 속에 브라질, 일본 등을 꺾고 8강에 오르자, “기적”이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광저우 대회 결승에서는 중국과 접전을 펼치다가 심판의 편파판정으로 분패했다. 당시 중국의 안방 텃세가 아니었다면 금메달도 가능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또 첸나이 대회 예선에선 중국을 물리치기도 했다. 핵심 선수들의 잇단 부상에도 극적인 승부를 여러차례 연출했다. 농구계에선 “이 보다 어떻게 더 좋은 성적을 내느냐”는 목소리가 높다.
두번째는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표팀 감독은 남녀 모두 리그 우승팀 감독이 맡아왔다. 남자프로농구 우승팀 사령탑인 이상범 케이지시(KGC) 인삼공사 감독이 최근 남자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더욱이 임달식 감독은 신한은행을 6년 연속 통합우승으로 이끌었고, 특히 이번 시즌에는 전주원, 정선민, 진미정 등 베테랑 3명이 빠졌는데도 여유있게 정상에 올라 다시한번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협회 회의에선 “신한은행은 누가 맡아도 우승한다”는 폄하 발언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적어도 베테랑 3명이 빠진 이번 시즌에는 어느 누구도 신한은행의 독주를 예상하지 못했다. 한 농구인은 “임 감독에 대한 시기와 질시가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번째는 임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경우 소속팀 신한은행의 코칭스태프 공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위성우·전주원 두 코치가 춘천 우리은행 감독과 코치로 이동하면서 양형석 코치가 새로 부임했다. 그러나 새로 지휘봉을 잡은 이호근 감독의 소속팀 삼성생명은 정상일 코치가 재계약을 맺지 못하면서 아예 코치 공백 상태라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다. 한 농구인은 “국가가 우선이라고 할 때는 언제냐. 언제부터 농구협회가 대표팀 감독 선임하면서 남의 살림 걱정했느냐”며 협회의 궁색한 논리를 꼬집었다.
임달식 감독은 런던올림픽 세계예선 출전권을 따온 당사자다. 3년 동안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국제적인 네트워크와 노하우도 많다. 런던올림픽에 맞춰 틈틈히 훈련 일정도 구상했다. 그는 “터키 세계예선을 앞두고 체코 등과 연습경기도 잡아놨었다”며 허탈해 했다. 이호근 감독도 피해자다. 그는 감독 선임 발표 뒤 난감했는지 한동안 휴대전화를 꺼놓았다. 그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신한은행을 우승으로 이끈 임달식 감독님이 당연히 (대표팀 감독으로) 가시는 걸로 알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발표에 당혹스럽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여자농구는 최근 부천 신세계의 해체로 6개 팀에서 5개 팀으로 줄면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힘을 모아도 시원찮을 판에 엉뚱한 감독 선임으로 공연히 분란만 일으키고 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인터넷 쇼핑몰 물건, 단순변심으로도 환불가능
■ 김형태·문대성 “박근혜 위해”…박근혜, 스타일 구겼다
■ 서울시 “9호선사장 해임 명령할 계획”
■ MB 시장때, 우면산터널도 맥쿼리에 ‘퍼주기 계약’
■ ‘자살 영주 중학생’ 죽음부른 ○○패밀리는…
■ 인터넷 쇼핑몰 물건, 단순변심으로도 환불가능
■ 김형태·문대성 “박근혜 위해”…박근혜, 스타일 구겼다
■ 서울시 “9호선사장 해임 명령할 계획”
■ MB 시장때, 우면산터널도 맥쿼리에 ‘퍼주기 계약’
■ ‘자살 영주 중학생’ 죽음부른 ○○패밀리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