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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부터 삐걱대는 여자농구 대표팀

등록 2012-05-10 19:53수정 2012-05-10 22:47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우연히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여자농구 중국(당시 중공)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봤다. 이기면 조 1위로 결승에 올라 은메달이 확보되는 중요한 일전이었다. 당시 중국팀에는 2m18의 센터 천웨팡(진월방)이 버티고 있었다. 석달 전 시합에서 한국이 30점 차이로 질 정도로 실력차가 컸다.

달걀로 바위 치기에 가까운 대결. 정상적인 작전으로는 이길 수 없었다. 조승연 감독은 한국팀 에이스 박찬숙(1m90) 대신 키(1m84)는 작지만 억척스러운 성정아에게 천웨팡 수비를 맡겼다. 천웨팡은 성정아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컸다. 팔꿈치를 휘두르면 머리를 쳤다. 당시 고3으로 앳된 모습의 성정아는 숱하게 맞아가며 집요하게 천웨팡을 막았다. 결국 한국은 중국을 69-56으로 꺾는 ‘기적’을 일으키며 올림픽 출전 사상 구기종목 첫 은메달의 쾌거를 이뤘다. 무엇보다 여자농구계가 똘똘 뭉친 결과다.

여자농구는 2012 런던올림픽에서 28년 만에 영광 재현에 도전한다.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했고, 걸출한 센터 하은주(29·2m3)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대한농구협회는 올 시즌 우승팀인 신한은행의 임달식 감독 대신 4위 팀인 삼성생명의 이호근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다. 이호근 감독의 지도력도 정평이 나 있지만, 우승 감독을 제쳐놓은 것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농구인이 대다수다. 더욱이 임 감독은 지난 3년간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며 조직력을 다져 놓았고, 국제적인 네트워크도 만들었던 터라 아쉬움이 컸다.

농구협회는 이렇다 할 설명도 없이, 그저 “분위기를 한번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림픽 무대를 한낱 ‘분위기 전환용’으로 생각하는 협회 인식은 납득하기 어렵다. 남자대표팀의 경우 관례대로 우승팀 사령탑인 이상범 감독을 앉힌 것과도 비교된다. 남녀 농구는 6월 말과 7월 초 올림픽 최종예선을 벌인다. 남자는 12개 팀 중 세계랭킹이 11번째다. 티켓도 3장밖에 없다. 남자대표팀이 올림픽 출전보다 어린 선수들의 경험 축적에 초점을 맞춘 것은 잘한 일이다. 여자는 세계 예선에 나서는 12개 팀 중 체코에 이어 두번째로 세계랭킹이 높다. 티켓도 5장이나 된다. 그러나 자중지란에 빠져 자멸할 위기에 놓였다. 여자대표팀은 지난 7일 태릉선수촌에서 첫 소집 훈련을 했다. 그러나 12명의 대표선수 가운데 7명만 참여했다. 나머지 5명은 부상 등으로 합류가 2~3주 뒤로 늦춰졌다. 공교롭게도 빠진 5명 중 4명이 임 감독이 이끄는 신한은행 소속이다. 반면 사령탑을 맡은 이호근 감독의 삼성생명 소속 선수는 한명도 뽑지 않았다. 분위기가 뻘쭘하다. 이 감독은 “죽을 맛”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똘똘 뭉쳐도 시원찮을 판에 말이다. 혹 결과가 나쁘면 누구를 탓할까?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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