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박채순 코치, 오른쪽 백웅기 감독./김동훈 기자
여자양궁 숨은 주역 백웅기 감독, 박채순 코치
올림픽 출전 앞두고 온갖 비난 시달려
올림픽 출전 앞두고 온갖 비난 시달려
잠깐 잠이 드는가 싶더니 다시 깼다.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불면증에 감기몸살까지 겹쳐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백웅기 여자양궁 대표팀 감독은 뜬눈으로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그는 “단체전 경기를 앞두고 이런 저런 생각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의 얼굴은 눈에 띄게 헬쑥했다. 주변에선 “금메달이 사람 잡겠다”는 우스갯 소리도 나왔다.
백 감독은 29일(현지시각)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딴 뒤 경기장 밖에서 <한겨레>와 만나 그간 겪었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그는 “‘금메달 스트레스’ 때문에 런던에 온 뒤 신경성 치통을 앓다가 왼쪽 어금니가 빠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동훈 기자의 런던 이순간] 여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 3인방 인터뷰
여자양궁 대표팀은 올림픽을 앞두고 ‘선수 선발을 잘못했다’, ‘이런 실력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딸 수 있겠느냐’는 등 온갖 비난에 시달렸다. 탄탄한 전력의 남자대표팀과 비교되기도 했다. 실제 남자대표팀은 랭킹라운드에서 임동현과 김법민이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세 선수가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남자대표팀은 단체전에서 동메달에 머물렀다. 백 감독은 “99% 금메달을 확신하던 남자대표팀이 금메달을 따지 못하는 바람에 부담감이 더 컸다”고 했다.
그는 이날 8강전부터 결승까지 경기장에 박채순 코치(47)를 대신 들여보냈다. “선수들이 감기 옮을까봐 걱정됐고, 절친한 후배인 박 코치를 믿었다”고 했다. 경기 도중 박 코치가 놓치는 부분은 백 감독이 큰소리로 외쳐 지적해주곤 했다. 박 코치는 “감독님이 이렇게 큰 무대에서 저를 믿고 기회를 줘 반드시 금메달을 따 보답하고 싶었다”고 했다.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1점 차의 살얼음 승부를 승리로 이끈 두 사람은 금메달 주인공들이 카메라 플래시를 받는 동안 경기장 밖에서 조용히 포옹하며 서로 등을 다독여줬다.
런던/글·사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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