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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버린 1초…멈추지 않는 눈물

등록 2012-07-31 20:21수정 2012-07-31 22:53

<b>또 오심…</b> 신아람 선수가 31일(한국시각) 영국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올림픽 펜싱 에페 4강전에서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진 뒤 고개를 숙인 채 피스트(경기대)에 주저앉아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또 오심… 신아람 선수가 31일(한국시각) 영국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올림픽 펜싱 에페 4강전에서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진 뒤 고개를 숙인 채 피스트(경기대)에 주저앉아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펜싱 신아람도 오심 희생양
에페 준결 연장전 상대의 공격
1초 넘겼는데도 득점 인정 돼
멈춰버린 1초에 하늘이 무너졌다.

큰 눈망울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코치는 영어로 “어떻게 1초에 3번이나 공격 기회를 주나?” “도대체 1초는 얼마나 긴가?”라며 펄쩍펄쩍 뛰며 항의했다. 하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펜싱 에페 사상 첫 메달에 도전했던 신아람(26·계룡시청)의 꿈이 판정 잘못으로 날아가 버렸다. 수영 박태환의 부정출발 판정과 번복, 유도 조준호의 판정 번복에 이어진 불운이다.

31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준결승전. ‘무명’에 가까운 신아람은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 맞섰다.

3분 3회전 5-5 동점, 당당한 싸움이었다. 이어진 1분 연장전. 누구든 팡트(찌르기)에 성공하면 끝난다. 둘은 무려 8차례나 동시 찌르기를 하는 난타전을 펼쳤다. 남은 시간은 1초. 무승부로 끝나면 경기 전 추첨으로 우선권(Priority)을 받은 신아람이 결승에 간다.

하지만 1초는 영겁의 시간이었다. 하이데만이 세 번의 겨루기에서 네 차례나 공격을 시도할 때 시간은 멈췄다. 마침내 네 번째 공격에서 하이데만이 득점해 경기가 끝났다. 특히 마지막 공격의 경우 보통 사람이 봐도 1초는 훌쩍 넘는 시간이 걸렸지만 계시기는 여전히 1초였다.

어처구니없는 결과에 신아람은 1시간 넘게 피스트(경기장)에 주저앉아 눈이 붓도록 울었다. 심재성 코치 등은 심판진한테 거세게 항의했다. 한 경기 관계자는 심 코치에게 다가와 “억울함을 이해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 뒤에도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30분 만에 돌아온 심판진의 대답은 “경기 종료는 경기장의 계시기 시간을 보고 판단하는 심판의 결정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날 심판진은 오스트리아 출신 여자 주심과 영국 및 멕시코 부심으로 이뤄졌다.

울다 지쳐버린 신아람은 피스트에서 내려온 뒤 “내가 이긴 건데 너무 억울하다”는 말을 남긴 채 대기실로 들어갔다. 신아람은 5분 만에 세계랭킹 1위 쑨위제(중국)와의 3-4위전에 나서야 했다.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신아름의 입장에 환호했다. 새로운 심판이 소개되자 이번엔 “우~” 하고 야유를 퍼부었다. 장내 아나운서가 “심판을 존중해 달라”고 외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몸과 마음이 지쳐버린 신아람은 3-4위전에서 11-15로 졌다. 그는 “동메달이라도 따고 싶었지만 제대로 뛸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1초가 그리 긴 줄 몰랐다. 억울한 판정이 많이 나온다고 들었지만 내가 당사자가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결승에서 져 은메달을 딴 하이데만은 “한국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심재성 에페 코치도 “독일 코치진이 우리에게 ‘미안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대한체육회는 31일 국제펜싱연맹(FIE) 회장과 사무총장을 만나 △시간계측 조작 등 실수 인정 △재발 방지책 마련 △심판과 타임키퍼 등 관련자에 대한 적절한 조처를 요구했다.

런던/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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