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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남몰래 울었던 땅콩검객, 꽃보다 환한 동메달

등록 2012-08-03 19:05

런던올림픽 펜싱 여자 플뢰레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딴 전희숙, 정길옥, 남현희, 오하나(왼쪽부터) 선수가 2일(현지시각) 엑셀 런던 아레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메달을 목에 건 채 함께 서 있다. 꽃다발의 향내를 맡는 남현희를 정길옥이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런던올림픽 펜싱 여자 플뢰레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딴 전희숙, 정길옥, 남현희, 오하나(왼쪽부터) 선수가 2일(현지시각) 엑셀 런던 아레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메달을 목에 건 채 함께 서 있다. 꽃다발의 향내를 맡는 남현희를 정길옥이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숙적 베찰리에 패해 개인전 4위
“죽을만큼 힘들었다”던 남현희
여자 플뢰레 단체전 프랑스 꺾어
선후배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
오죽 작았으면 별명이 ‘땅콩 검객’일까? 157cm의 단신으로, 칼 든 손을 ‘쭉쭉’ 밀어 몸통을 찌르는 것으로 승부를 내는 펜싱 플뢰레의 세계 정상급에 올랐다는 것은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다. 특히 키가 큰 서양인들이 주된 경쟁 상대이기에 남현희(31·성남시청)의 분전은 차라리 눈물겹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여자로서는 처음 은메달(플뢰레 개인)을 따냈던 남현희는 이번 런던올림픽 개인전에서는 동메달도 못 땄다. 베이징올림픽 때 자신을 은메달로 밀어냈던 숙적 발렌티나 베찰리(38·이탈리아)에게 설욕은커녕 동메달 다툼에서 또 패했다. 주변의 모두를 실망시켰다. 본인은 오죽했으랴. 그런 남현희가 동메달에 울었다. 선후배들과 함께 만들어낸 값진 동메달이다.

2일(현지시각) 런던 엑셀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플뢰레 단체전에서 프랑스를 45-32로 꺾고 3위를 차지한 뒤 남현희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펜싱에서 사상 첫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딴 남현희는 “(개인전에서 4위로 밀려) 죽을 만큼 힘들었다”며 “단체전에 같이 나갈 동료에게 누가 될까봐 장비를 챙기며 혼자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멘붕(멘탈붕괴) 상태에서 치른 숙적 베찰리와의 3~4위전을 복기했다.

“(개인전) 준결승 경기를 너무 속상하게 역전으로 져, 상대가 (꼭 이겨야 하는) 베찰리라는 것과 상관없이 몸에 힘이 안 들어갔다”며 “그런데 이탈리아말로 베찰리를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관중석 틈 속에서 누군가 한국말로 ‘남현희 힘내라’고 소리쳐 정신을 차렸다”고 회상했다.

남현희는 또 “경기를 마친 뒤 인터넷에서 ‘너는 수비밖에 못하냐’는 등의 말이 떠도는 것을 보고 힘들었다”며 “마지막 장식을 잘하자는 마음으로 단체전을 준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제는 휴식을 취하고 싶어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뛰었다”고 말한 남현희는 같이 단체전에 출전한 선후배들을 그윽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단체전 동메달은 남현희가 이들과 경쟁하면서 쌓은 사랑과 의리로 합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남현희보다 세살 어린 전희숙(28·서울시청)은 ‘포스트 남현희’의 대표주자이다. 2010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남현희와 결승에서 맞붙었다. 또 같은 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실질적인 결승전은 두 선수가 맞붙었던 준결승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두 선수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조가 갖춰지며 단체전에 추동력이 생겼다. 여자 펜싱 플뢰레 대표팀이 2009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으로 아시아선수권대회 단체전 우승을 휩쓸었던 이유이다.

여기에 오하나(27·성남시청)가 가세했다. 오하나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 1위, 같은 해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 3위와 단체 1위에 오르는 등 두각을 보였다. 주요 대회에서 주로 단체전만 뛴 오하나는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개인 3위와 단체 1위에 올랐다.

세 명의 선수가 치고받으며 경쟁하는 사이 ‘언니’ 정길옥(32·강원도청)은 조용히 이들의 담장이 돼 주었다. 2005년부터 국가대표가 됐지만 주요 국제대회에서도 개인전 우승을 차지해 본 경력이 없는 정길옥은 2011년과 2012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펜싱의 척박한 환경인 한국이 단체전 1위를 차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남현희에게 두차례 올림픽에서 뼈아픈 패배를 안긴 38살의 노장 베찰리는 이날 단체전 우승으로 생애 6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보다 7살이 어린 남현희의 도전은 계속될까?

런던/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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