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 강재원 감독이 스페인과의 3-4위전에서 2차 연장 끝에 진 뒤 끝내 눈물을 보였다. 노르웨이와의 준결승에서 진 뒤 선수들에게 “우는 선수는 비행기에 태워 집으로 보내버리겠다”고 했던 그였지만 너무나도 아쉬운 패배에 무너진 가슴을 추스를 수 없었다.
강 감독은 “다친 선수들이 많이 나온 어려운 여건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이 고맙다. 17개월간 함께 고생한 선수들에게 메달이라는 보답을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강 감독은 88서울올림픽 은메달의 주역. 이후 한국 선수 최초로 유럽 무대에 진출해 한국 핸드볼을 유럽에 알린 장본인이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직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그는 “35년간 핸드볼을 하면서 받은 사랑과 성원을 대표팀 감독으로 베풀려고 했지만 잘 안됐다”며 “선수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하나로 똘똘 뭉쳤다. 감독이 잘못해서 졌다”고 했다.
선수들 얘기를 하다가 목이 메어 잠시 인터뷰를 중단하기도 했던 그는 연장전 상황에 대해 “선수들 체력이 바닥나 뭐라고 지시할 수도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고 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유럽의 강호 덴마크, 스페인을 조별리그에서 물리치고 노르웨이와 비기는 등 선전을 펼쳤으나 선수들의 잇단 부상과 체력 저하로 4강과 3-4위전에서 다시 만난 노르웨이와 스페인의 벽을 넘지 못해 아쉽게 4위로 대회를 마쳤다.
부상자가 많이 나온 점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물론 부상이 없었다면 선수 교체가 훨씬 원활하게 돌아갔겠지만 패자가 무슨 말을 하겠느냐. 오히려 백업 선수들이 잘 해줘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했다.
강 감독은 “결국 경험의 차이에서 졌지만 그래도 젊은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보다 값진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한다”며 “이 선수들을 주축으로 4년 뒤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는 분명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 모든 짐을 내려놓고 야인으로 돌아가겠다”며 “함께 힘을 보탠 황보성일 코치와 신창호 코치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한편 이날 후반 종료와 거의 동시에 골을 넣었지만 무효로 판정을 받아 아쉬움을 삼킨 조효비(인천시체육회)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첫 경기부터 한 명씩 계속 부상으로 빠지다 보니 체력적으로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5골을 터뜨리며 분전한 그는 “끝나고 선수들끼리 ‘최선을 다했으니 울지 말자’고 얘기를 나눴지만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인 언니들이 있어 메달을 따지 못한 것이 너무 속상하다”며 아쉬워했다.
런던/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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