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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근, 어둠 속에서 끌어올린 금메달
병상의 어머니를 향해 바쳤다

등록 2012-09-02 19:00수정 2012-09-02 22:32

시각장애 최광근, 패럴림픽 유도 ‘금’
경기시작 45초만에 ‘한판승’
결핵 투병중인 어머니 위해
매트 위서 무릎 꿇고 쾌유 빌어
“빨리 목에 금메달 걸어주고파”
“엄마! 빨리 나아! 나 금메달 땄어!”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최광근(25·양평군청)은 매트 위에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을 번쩍 들어 승리를 만끽했다. 그리고 두 손을 모은 뒤 하늘을 쳐다보며 병마와 싸우고 있는 어머니의 쾌유를 빌었다. 그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지금 림프선 결핵으로 많이 편찮으시다”며 “(투병중인)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려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최광근의 장애가 당신 탓이라며 늘 자책했다. 최광근은 올림픽 유도 금메달을 꿈꾸던 유망주였다. 그의 운명이 바뀐 것은 강릉 주문진고 2학년이던 2004년 10월 전국체전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상대 선수의 도복 깃을 잡고 구슬땀을 흘리며 정신없이 훈련하던 순간 상대의 이마에 왼쪽 눈을 ‘쾅’ 하고 부딪혔다. 눈을 뜨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울러 그의 앞날도 캄캄해졌다.

왼쪽 눈은 가벼운 충격에도 망막이 떨어져나가는 망막분리증으로 끝내 시력을 잃었다. 녹내장과 백내장 등 합병증도 찾아왔다. 오른쪽 눈도 영향을 받았다. 초고도 난시로 물체를 겨우 구별할 정도가 됐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유도를 권했던 어머니는 억장이 무너졌다. 도복만 쳐다봐도 긴 한숨이 나오고 가슴이 미어졌다. 최광근도 큰 슬픔에 빠졌다. 혼자 방에 틀어박혀 울기도 많이 울었다. 하지만 유도를 그만둘 수 없었다. ‘내가 가장 잘하는 건 유도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하나였다.

다시 도복을 꺼냈다. “시각장애 유도는 도복을 잡고 경기를 시작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장학생으로 한국체대에 입학했고, 장애인 선수로는 드물게 실업팀(양평군청)에도 입단했다. 실력은 쑥쑥 커갔다. 2010년 광저우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에 이어 2010년과 2011년 세계종합선수권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어느덧 100㎏ 이하급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런던장애인올림픽을 앞두고 주특기인 허리후리기 외에도 엎어치기와 모두걸기 등 비장의 무기를 갈고닦았다.

위기도 있었다. 다리에 생긴 봉와직염(세균에 감염돼 붓고 통증이 심한 증상)으로 이번 대회를 코앞에 두고 2주 동안이나 병원 신세를 졌다. 그 와중에도 근력 운동은 쉬지 않았다. “덕분에 다행히 몸은 가벼웠다”고 했다.

마침내 2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런던 엑셀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장애인올림픽 유도 남자 100㎏ 이하급 결승. 승부에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최광근은 경기 시작 45초 만에 세계랭킹 3위 마일스 포터(미국)를 매트에 메다꽂았다. 심판의 손이 번쩍 올라갔다. 허리후리기 한판승이었다. 그는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꿈을 이뤄 가슴 벅차다. 빨리 귀국해 병상의 어머니에게 금메달을 걸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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