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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있기에 나도 런던에…네 가족의 행복한 올림픽

등록 2012-09-04 19:21수정 2013-01-28 17:17

장애인올림픽 함께 출전한 가족의 힘
양손 힘 못쓰는 사격 이지석은
아내 박경순이 한 발 한 발 장전
사이클 진용식의 코치는 친형
보치아 김한수·최예진 어머니도
각각 아들·딸 코치로 나서 눈길
남편은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되고 상체 일부만 움직일 수 있는 중증장애인이다. 양손에 힘이 없어 혼자서 소총을 들 수도 없고 약실에 실탄을 넣을 수도 없다. 그저 방아쇠만 당길 뿐이다. 아내는 이런 남편이 한발 한발 총을 쏠 때마다 탄알을 장전한다. 그리고 늘 기도하는 심정으로 한걸음 물러서 남편을 바라본다.

남편 이지석(38)은 런던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에 출전한 사격 선수이고, 아내 박경순(35)은 사격 경기보조요원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이번 대회에 함께 출전했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선수들을 위해 몇몇 장애인스포츠 종목에서는 보조요원이 필수적이다.

이지석은 2001년 9월 교통사고를 당했다. 막내아들을 아꼈던 아버지는 장애인 아들이 남들처럼 가정을 꾸리는 게 소원이었다. 간절한 바람에 하늘도 감복했을까. 이지석은 재활 과정에서 간호사였던 박씨를 운명적으로 만났고, 2006년 백년가약을 맺었다. 어렵게 임신에 성공해 네살배기 아들 예준이도 뒀다. 손주까지 본 아버지는 2010년 76살에 세상을 떠났다.

이지석은 2008년 베이징패럴림픽, 2010년 광저우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서 잇따라 사격 2관왕에 올랐는데 그때마다 아내가 곁에 있었다. 베이징패럴림픽 사격 혼성 10m 공기소총에서 처음 금메달을 땄을 때는 임신 6개월이던 박씨가 남편을 끌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씨는 평소 “아내는 제가 사격을 할 수 있도록 행복이라는 연료를 제공해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지석은 지난 1일 런던패럴림픽 사격 10m 공기소총 복사에서 6위로 마쳤다. 하지만 부부는 실망하지 않았다. 이씨는 “마지막 발까지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아내는 “4년 전엔 우리가 열심히 해 메달을 땄고, 이번에는 다른 선수들이 더 열심히 했다”며 겸손해했다.

이지석-박경순 부부 외에도 가족 선수단은 셋이 더 있다. 사이클의 진용철(35) 코치와 진용식(34) 선수는 형제다. 뇌병변(뇌성마비) 3급 장애를 가진 진용식은 어려서부터 사이클을 했고, 형 진 코치는 대학 2학년 때 사이클선수 생활을 접고 동생을 위해 사이클 지도자로 변신했다. 2000년 시드니패럴림픽부터 12년째 동생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진 코치는 “동생이 2000년 시드니패럴림픽 때 경기 도중 넘어졌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동메달을 따냈다”며 “사이클에서 한번 넘어지면 포기하기 일쑤인데 동생이지만 존경심이 절로 생겼다”며 대견스러워한다. 이미 두차례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1개를 포함해 메달 4개를 거둬들인 진용식은 이번 대회에서도 유력한 메달 후보다.

대표적인 장애인 스포츠인 보치아에는 김한수(20)-윤추자(52) 코치의 모자팀, 최예진(21)-문우영(50) 트레이너의 모녀팀이 있다. 뇌병변 1급의 김한수는 특수학교인 주몽학교 5학년 때 보치아를 시작했다. 2009년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전 동메달로 이름을 알리더니 2010년 광저우대회 땐 세계 1위 정호원(26)을 물리치고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줄곧 아들의 보치아 코치를 맡았던 윤추자 코치는 “한수를 키우면서 쏟은 눈물이 몇 바가지는 될 것이다. 아들이 기특하다”고 말했다.

뇌병변 1급의 최예진은 여성 최초로 보치아 개인전 메달을 노린다. 어머니 문씨는 대학시절 태권도를 전공한 특기를 살려 딸의 보조요원 겸 보치아 대표팀 트레이너를 맡았다. 문씨는 딸의 경기를 비디오로 찍어 문제점을 분석하고, 상대 선수의 장단점을 파악해 딸에게 전달하는 등 열성을 다했다. 어머니는 “딸이 처음 보치아를 시작했을 때는 하위권을 맴돌았는데 내가 지도하면서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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