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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도 넘은 한국식 체벌훈련, 미 선수 집단반발

등록 2012-09-16 19:59수정 2012-09-16 21:53

“때리고 병 던지고 고함”
전재수 쇼트트랙 감독 징계 요구
미 올림픽위원회 “진상조사”
전 감독 “선수들이 열정 못따라와”
도를 넘었다.

폭언과 폭력, 협박, 물건 투척, 탈진 때까지 체벌성 훈련….

15일(한국시각) 미국 <시카고 트리뷴>이 보도한 전재수(43) 미국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의 선수단 운영 행태들이다. 현직 미국 쇼트트랙 대표선수 14명은 감독의 정신적·육체적 학대를 참을 수 없다며 집단 반발했고, 대리인인 변호인단은 미국빙상연맹과 미국올림픽위원회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신속히 조사해 해임 등 적절한 조처를 취하라는 내용이다. 진정서에 서명한 선수들 가운데는 존 로버트 셀스키, 트래비스 제이너 등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5명이 포함돼 있어 파장은 커질 전망이다.

신문이 입수해 공개한 진정서를 보면 전재수 감독에 대한 불만은 22가지다. 선수를 벽에 밀친 뒤 치거나, 병과 의자 등 물건을 던지며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한계치를 넘어선 훈련 강요로 수술을 받아야 했거나, 얼음판 위에서 토했던 선수들도 있었다. 체중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여자 선수들에게 “뚱뚱해” “역겹다”라는 말도 했다. 피자집에서 회식을 한 뒤, 너무 많이 먹었다며 여자 선수들한테 1시간 동안 걷기를 강요하기도 했다. 큰 소리로 주눅들게 하거나, 아예 아는 척을 하지 않는 것도 선수들은 심리적인 압박이라고 받아들였다.

현재 훈련을 거부하고 있는 선수들은 전 감독과 여준형 코치에 대한 자격 박탈을 요구하고 있다. 모두 교체되지 않을 경우 두 달여 남은 2012~2013 시즌 월드컵을 시작으로 어떤 대회에서도 출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논란이 일자 패트릭 샌더스키 미국올림픽위원회 대변인은 “중대한 주장이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며 “스피드스케이팅연맹과 긴밀히 협력해 이 문제에 대한 진상을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빙상연맹의 타마라 카스테야노 홍보국장은 성명을 내어 “이 불만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모든 의혹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재수 감독은 2005년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가 물러난 뒤 2007년부터 미국 국가대표팀을 맡아왔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는 메달 6개를 따내 4년 계약 연장에 성공했다. 하지만 강압적인 훈육이 결국 문제를 일으켰다.

전재수 감독은 16일 <한겨레>와의 국제통화에서 “코치진의 열정을 선수들이 따라오지 못했고, 코치의 지시를 받아들이는 문화적인 차이도 있었다”며 “모든 선수들이 코치진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여자 선수들한테 모욕감을 느끼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쇼트트랙 간판스타였던 김동성이 미국의 한 클럽팀을 지도하다가 제자 체벌 등 18가지 혐의로 지난 5월 미국빙상연맹으로부터 지도자 자격 박탈 처분을 받기도 했다. 김동성은 6월 “(제자 체벌은) 사실보다 과장됐다. 미국에서 아이를 때렸다면 굉장히 큰 죄이기 때문에 지금쯤 미국에 있는 교도소에 있어야 한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포츠평론가 정윤수씨는 “선수를 강하게 몰아붙이는 훈련을 ‘한국적 지도방식’으로 포장하고 변명해선 안 된다. 이런 지도방식은 문화적 차이가 빚은 충돌이 아니라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 스포츠 지도자들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코칭 문화가 선수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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