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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져야 산다”…승리 걷어올리는 리베로

등록 2013-01-23 19:42수정 2013-01-24 08:37

삼성화재의 리베로 여오현(왼쪽)이 공을 띄워주고 있다. 엘아이지(LIG)손해보험의 리베로 부용찬이 수비에 성공한 뒤 좋아하는 모습.   삼성화재·LIG손보 제공
삼성화재의 리베로 여오현(왼쪽)이 공을 띄워주고 있다. 엘아이지(LIG)손해보험의 리베로 부용찬이 수비에 성공한 뒤 좋아하는 모습. 삼성화재·LIG손보 제공
리베로 15년 삼성화재 여오현
공격수만 봐도 공 방향 예측
“헌신과 희생 없이는 못해요”

‘포스트 여오현’ LIG 부용찬
낙법부터 배우고 부상 다반사
“공만 오면 눈에 뵈는 것 없죠”

팔과 다리에 또 멍이 생겼다. 오늘도 죽기 살기로 싸웠다는 훈장이다. 배구 선수지만 공을 때릴 수는 없다. 날아오는 온갖 공은 다 받아내야 한다. 프로배구 특별 포지션인 수비 전문 ‘리베로’의 운명이다. 2012~2013 프로배구 1위 삼성화재, 3위 엘아이지(LIG)손해보험을 받치는 숨은 공신은 리베로다. 주 공격수처럼 빛나지 않지만, 이들이 없다면 이길 수 없다. 대한민국 최고의 리베로 여오현(35·삼성화재)과 ‘포스트 여오현’으로 불리는 부용찬(24·LIG손해보험)을 최근 훈련장에서 따로 만났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빵과 우유를 준다기에 시작했어요. 키가 안 커서 중학교 때는 유도, 레슬링, 역도 종목으로 바꿔보지 않겠냐는 권유도 받았죠. 리베로 제도가 생긴 게 행운이었어요. 리베로라는 보직이 없었으면 배구를 더 못했겠죠. 키(175㎝)가 작으니까.”(여오현)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지만 주연이 될 수 없는 조연의 겸손함이 묻어난다. 사실 수치로 표시되는 득점 생산력은 없다. 그러나 코트 위에서 이들보다 빨리 움직이는 선수는 없다. 올 시즌 디그(상대 공격을 받아내는 것) 부문 1위 부용찬은 “죽어도 이 공은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몸을 날린다”고 했다. 야간 개인 훈련을 하며 하체를 단련하고 혼자서 공을 벽에 치고 받는 ‘벽치기’ 훈련은 기본이다.

외국인 거포 등 상대 선수들의 강서브가 날카로워질수록 훈련량도 늘어나야 한다. 여오현은 “대한항공 네멕 마틴의 서브와 현대캐피탈 문성민의 공이 까다롭다. 무회전으로 날아오면서도 묵직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부용찬은 “대한항공 한선수의 공은 네트를 살짝 넘어오고, 삼성화재 레오의 공은 흔들리면서 들어와 낙하지점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올 시즌 공인구인 ‘스타 그랜드챔피언’의 반발력이 커 제대로 낚아챘다 싶어도 옆으로 튕기는 공도 꽤 있다.

낙법부터 배울 정도로 넘어지고 부닥치고 까지는 일은 다반사다. 어깨·허리·무릎 안 아픈 곳이 없다. 여오현은 “긴장 상태로 공을 기다리기 때문에 어깨 승모근이 항상 뭉쳐 있다”고 했고, 부용찬은 “공만 오면 눈에 뵈는 것 없이 달려드니까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리베로 인생 15년의 여오현은 “각 팀 에이스 공격수가 뜨는 방향만 봐도 공이 어디로 날아올지 예측이 가능할 정도”의 도사가 됐다. 하지만 나이가 드니 체력이 달린다. 그런데도 후배 부용찬은 “어떤 위치, 어떤 각도에서도 정확히 공을 받아서 세터에게 정확히 배달하는 여오현 형이 존경스럽다”고 한다.

궂은일은 도맡아 한다. 코트에서 가장 많이 소리 지르고, 가장 많은 하이파이브를 한다. 팀 분위기 메이커 구실도 한다. 여오현은 3라운드 중반 침체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삭발까지 했다. “리베로라는 포지션 자체가 헌신과 희생이에요. 열정이 없어서도 안 되죠.”(여오현)

코트에 없어서는 안 될 소금 같은 리베로. 오늘도 “잘 받고 잘 넘어지자”는 각오로 몸을 던진다.

한편 23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부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경기는 역대 최장시간 경기(2시간35분)로 치러졌다. 한 세트 최장시간 기록(4세트·48분)도 세웠다. 현대캐피탈의 3-2 승리. 수원·수지/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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