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올림픽 종목 제외 충격 속
5월 집행위 등 두차례 반전 기회
레슬링 강국 미·일·러와 공조 기대
5월 집행위 등 두차례 반전 기회
레슬링 강국 미·일·러와 공조 기대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다.”
12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서 레슬링이 2020 여름올림픽 25개 핵심종목(Core sports)에서 제외된 뒤, 국내 레슬링계는 사실상 ‘멘붕’(멘털 붕괴) 상황이다.
충격의 여파 속에서도 13일 태릉선수촌 월계관에서 레슬링대표팀의 체력훈련을 지휘한 방대두 감독은 “레슬링이 힘든 운동이라 저변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이다. 그런데 올림픽 종목에서까지 퇴출된다니 충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금메달 야망을 키워온 국가대표팀 막내 최재민(22·충북대)은 “나처럼 꿈을 가진 선수가 많은데 올림픽 퇴출이라니, (이번 결정은) 말이 안 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어제 소식을 들은 이후 기운이 빠졌다”고 낙담했다.
김학열 대한레슬링협회 사무국장은 “(이번 집행위의 결정은) 전혀 예상하지도 사전에 인지하지도 못했다.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다. 국제레슬링연맹이 안일하게 생각하다가 낭패를 당한 것 같다”고 했다.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레슬링인들은 아직 두차례 기회가 있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분위기다. 국제올림픽위 집행위가 애초 퇴출 가능성이 거론되던 태권도와 근대 5종 대신 레슬링을 택했지만, 5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집행위에서 다시 한번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이때 야구·소프트볼, 가라테, 우슈, 롤러, 스쿼시, 스포츠클라이밍, 웨이크보드 등 다른 7개 종목과 함께 2020 올림픽에 추가될 마지막 한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된다는 것이다.
레슬링은 고대올림픽 종목인데다, 1896년 시작된 근대올림픽에서도 줄곧 정식종목이었다는 점에서 다른 종목보다 유리할 것으로 레슬링인들은 전망한다. 게다가 집행위가 열리는 러시아가 레슬링 최강국이어서, 러시아도 어떤 식으로든 레슬링의 올림픽 종목 퇴출 저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20년 여름올림픽 개최지로 유력한 일본도 2012 런던올림픽 때 레슬링에서 금메달 4개와 동메달 2개를 따낸 강국이다. 일본도 레슬링 퇴출 반대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는 근거다. 역대 올림픽 레슬링에서 통산 100개의 금메달을 딴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레슬링연맹(USWF)의 마이클 노보그래츠 회장이 “생각이 있는 결정이 아니다. 야합이다”라며 집행위 결정을 맹비난하고 나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김학열 사무국장은 “집행위에서 위원들이 다른 종목들의 로비로 레슬링을 희생양으로 삼았지만, 오는 9월 총회에서는 다른 결정이 내려질 것이다. 우리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방대두 감독도 “아직 최종 퇴출된 게 아니다. 레슬링이 다시 (올림픽 종목으로) 살아날 수 있도록 레슬링인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제레슬링연맹(FILA) 회장은 연맹 심판위원장 출신인 라파엘 마르티네티다. 스위스인인데 국제올림픽위 집행위원은 아니어서 이번에 방심했다가 퇴출 폭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국제레슬링연맹은 13일 누리집을 통해 “고대와 근대올림픽의 근간종목인 레슬링에 대한 정도를 벗어난 결정이라는 점을 국제올림픽위 집행위원과 위원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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