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제94회 전국겨울체육대회가 18일 막을 올린다. 그런데 개최 종목이 9개 세부종목 가운데 바이애슬론, 피겨스케이팅, 스노보드, 아이스하키, 스피드스케이팅 등 5개 종목뿐이다. 쇼트트랙과 알파인스키, 컬링, 크로스컨트리 등 4종목은 개막도 하기 전에 이미 끝났다. 아이스하키와 스피드스케이팅도 일정의 절반을 소화했다. 전체 금메달 253개 중 절반이 넘는 141개가 이미 주인을 찾아갔다. 대회가 개막도 하기 전에 일정의 절반 이상이 ‘사전 경기’로 치러진 것이다.
이런 기형적인 현상은 17일부터 일주일간 일본 홋카이도와 아키타현에서 열리는 제11회 한·일 청소년 겨울스포츠 교류전 때문이다. 한국은 한·일 교류전에 알파인스키, 크로스컨트리,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아이스하키, 컬링 등 6개 세부종목에 156명의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한다. 이러다 보니 일부 종목을 사전에 치를 수밖에 없었다.
또 바이애슬론, 알파인스키의 국제대회 일정과도 겹쳤고, 통상 2월 말~3월 초에 열리는 평창겨울스페셜올림픽이 1월29일에 개막하면서 일정이 더욱 꼬였다. 평창겨울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회 핵심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 임기 전(2월25일)에 개최하려고 일정을 무리하게 앞당겼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일본 쪽에서 먼저 한·일 교류전 일정을 통보해 왔고, 지난해 12월 겨울전국체전 일정을 짜려 했으나 스페셜올림픽 일정까지 겹쳐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한국은 2010 밴쿠버겨울올림픽과 2011 아스타나-알마티 겨울아시아경기대회 등을 통해 겨울스포츠 강국으로 올라섰다. 또 평창겨울올림픽 유치로 경기장 시설이 늘어나고 저변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번 대회는 평창올림픽 유치 이후 두번째로 열리는 축제다. 그러나 한·일 교류전에 치이고 스페셜올림픽에 밀리면서 국내 최대의 겨울스포츠 축제는 개막부터 ‘반쪽 대회’로 일그러지고 말았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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