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가 생생한 중계 화면을 위해 93억 원을 들여 세계 최초로 설치한 부유식 중계도로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방송3사 ‘세계조정선수권대회’ 중계 안 해
미국 등 조정 인구 많은 나라들마저 외면
미국 등 조정 인구 많은 나라들마저 외면
2013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가 종반으로 치닫고 있지만 좀처럼 대회 열기가 오르지 않고 있다. 불볕 더위 등으로 관람객이 기대치에 못미치는 데다 공중파 방송에서 조정대회를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대회 개최전 조직위원회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한 ‘93억짜리’ 세계 최초의 부유식 중계도로(사진)를 통한 생생한 중계 화면은 감감 무소식이다.
지난 24일 저녁 개막한 뒤 이튿날부터 28일 오후까지 날마다 경기가 이어졌지만 단 한차례도 안방에 중계되지 않았다. 29일 오후 <문화방송>이 처음 중계를 했지만 생중계가 아니라 이날 오전 열린 경기를 지연(녹화) 중계했다. 앞으로도 안방에서 경기를 보기는 쉽지 않다. 30일 오후 <문화방송>이 한차례 생중계한 뒤 심야시간대(9월1일 새벽) 녹화 중계를 하거나 스포츠 케이블 방송, 지역 <충주 문화방송>을 통해서만 중계된다.
조아무개(45·경기 고양시)씨는 “방송 오락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조정 모습이 나오는 것을 보고 관심이 생겨 며칠째 방송을 기다렸지만 나오지 않아 화가 난다. 내나라 내땅에서 열리는 경기마저 방송으로 볼 수 없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이계백 대한조정협회 전무이사도 “이번 세계 대회를 조정이 비인기 종목에서 탈피하는 좋은 계기로 삼으려 했는데 방송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분위기가 뜨지 않아 고민이다. 많이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상복 조직위 방송 위원은 “대회에 앞서 국제조정연맹과 방송 중계 협의를 할 때부터 후반 4일동안만 경기 방송을 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국외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외 중계는 독일의 조정 방송 전문업체 <더블유아르피>와 국내 방송 장비·인력 업체인 ‘디2에스’가 합작으로 주간방송사에 선정됐으며, 29일부터 국제 신호(방송 화면)를 제작해 중계권을 산 국가에 공급한다. 영국 <비비시>, 유럽채널 <유로스포츠> 등 조정 본고장 유럽 10여개국이 중계권을 샀다. 비유럽권은 브라질, 캐나다, 중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한국 등 6개국만 샀다. 미국, 일본 등 조정 저변이 넓은 나라들마저 외면했다. 조직위가 내세운 ‘30억 시청자가 지켜보는 지구촌 최대 물축제’는 헛구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방송 중계가 기대를 미치지 못하면서 부유식 중계도로 효용론이 도마에 올랐다. 조직위는 탄금호 조정경기장을 건설하면서 93억원을 들여 중계도로 2.4㎞ 가운데 1.4㎞를 물위에 뜬 부유식으로 만들었다. 김정선 조직위 사무총장은 “세계 최초의 수상 중계도로는 국제조정연맹의 찬사가 이어졌다. 앞으로 자전거 하이킹이나 트래킹 코스로 매우 적합한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장의 말대로라면 대회 뒤 탄금호에는 1m당 660만원 짜리 ‘귀족 자전거 도로’가 생긴다.
이에 대해 김홍설 배재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는 “효용성을 따지지 않는 대규모 시설물은 결국 국민의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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