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프로농구 외국인선수 설문
91% “헤인즈 과격” 답하면서도
45% “외국인이라 징계 더 받아”
3명중 1명꼴 “차별 느낀 적 있다”
고액연봉 받아도 스트레스 많아
91% “헤인즈 과격” 답하면서도
45% “외국인이라 징계 더 받아”
3명중 1명꼴 “차별 느낀 적 있다”
고액연봉 받아도 스트레스 많아
한국 남녀 프로농구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의 70% 이상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불합리한 판정을 받았다고 느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명 중 1명이 같은 이유로 한국 선수들로부터 차별을 당한다고 생각한 적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케이씨씨(KCC) 김민구를 밀어서 넘어뜨린 에스케이(SK) 애런 헤인즈의 행동에 대해선 대부분(91%)이 ‘과격했다’고 평가했지만 헤인즈가 외국인인 탓에 과한 징계를 받고 있다고 보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한겨레>가 24일 국내 프로농구에서 뛰고 있는 남녀 외국인 선수 31명 중 22명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판정에 불이익을 받았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들 중 16명(72.7%)이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8명(36.3%)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국 선수들로부터 무시당하거나 차별당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들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설문조사는 지난 17~19일 각 구단 통역 담당자를 통해 이뤄졌다.
한국 생활의 힘든 점을 묻는 질문(복수 응답)엔 12명이 ‘가족 및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꼽았다. 음식이나 생활습관 등 문화의 차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선수도 9명이나 됐다. ‘언어 장벽으로 인한 소외감’(7명) ‘성적에 대한 압박’(4명) ‘외국인을 이방인처럼 바라보는 시선’(2명)이 뒤를 이었다.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있지만 이들 역시 성적 압박과 타국에서의 빡빡한 생활에 심리적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외국인 선수는 “심리적으로 쉴 수 있는 시간을 안 준다. 유럽의 경우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1주일 동안 휴가를 주기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 선수는 “다른 외국인 선수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구를 ‘고의 가격’한 헤인즈의 행동에 대해선 20명이 ‘과격한 행동이었다’고 답했다. 프로농구연맹(KBL)의 징계(2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500만원)에 대해서도 13명(59%)이 ‘적절하다’, 6명(27.2%)이 ‘가볍다’고 답해 ‘지나친 징계’라고 답한 3명(13.6%)보다 훨씬 많았다. 그러나 에스케이 구단의 추가 징계(3경기 출장 정지)에 대해선 ‘지나치다’고 답한 선수가 6명이나 됐다.
특히 ‘헤인즈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과한 징계를 받고 있다’고 답한 이들이 10명(45.4%)에 이르렀다. 적지 않은 이들이 ‘헤인즈 사태’를 다루는 언론과 프로농구연맹의 태도에 대해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헤인즈 사태 이후 몇몇 언론들은 헤인즈를 향해 인신공격성 기사를 쓰거나 외국인 선수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징계 이후에도 “팬들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을 근거로 더 강력한 징계를 요구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단 전직 통역 담당자는 “외국인 선수들 대부분이 헤인즈의 행동에 문제가 있었다고 공감하고 있다. 그와 별개로 외국인 선수가 무슨 문제가 있는 사람들로 몰아가는 게 무섭다. 만약 가해자가 한국 선수였더라도 그와 같은 격한 반응들이 나왔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박현철 허승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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