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바꾼 안현수…비판 아닌 더 큰 응원 ‘기현상’
조국 등질 수밖에 없었던 선수들…화살은 체육계로
빙상연맹 넘어 “체육계 전체 자성 필요하다” 목소리
조국 등질 수밖에 없었던 선수들…화살은 체육계로
빙상연맹 넘어 “체육계 전체 자성 필요하다” 목소리
‘대한민국 체육계가 달라져야 한다!’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 선수가 지난 10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동메달을 딴 이후, 대한빙상경기연맹을 비롯한 국내 체육단체들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현수가 조국을 등지고 러시아로 귀화한 이유가 빙상연맹 내 ‘한체대’와 ‘비한체대’간 파벌다툼 때문이라고 지목된 데 따른 것이다. 누리꾼들은 편파 판정으로 얼룩진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태극마크를 반납한 재일교포 4세 유도선수 추성훈(현재 이종격투기 선수)은 물론 대한수영연맹의 ‘선수 길들이기’에 시달렸던 박태환 선수의 사례까지 곱씹으며, 국내 체육단체들이 “진짜 선수를 위한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12일 오전, 누리꾼들의 토론 광장인 다음 아고라는 ‘안현수 현상’을 ‘오늘의 이슈’로 다뤘다. 안현수가 국적을 바꾼 뒤 국내 팬들로부터 오히려 더 큰 응원을 받는 ‘기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해보자는 것이다. 안현수가 파벌 싸움의 희생양인 만큼 그를 응원하겠다는 누리꾼의 글(‘추성훈과 안현수, 미안하고 응원합니다’)과 철저히 실리적인 선택을 한 안현수에 대한 열광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는 취지의 글(‘빅토르 안…오바하지 마세요’)이 화면 상단에 맞세워 배치됐다. 화면 편집이 바뀌기 전까지, 응원 글에 대한 누리꾼들의 조회 수가 2배 이상이나 많았다.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 그걸 바라는 게 안현수를 응원하는 사람들”이라는 댓글(닉네임 북치***)을 단 누리꾼들은 “부끄럽고 화나고 속상한 파벌싸움”(닉네임 제철****)으로 물든 빙상연맹의 환골탈태를 촉구했다.
이날 ‘러시아가 안현수에게 지원해주는 7가지 혜택’이라는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안현수에게 러시아 정부가 연봉 12만달러(약 1억2800만원)에 생활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은퇴 뒤 모스크바 대학교수 및 지도자 자리를 보장하고 안현수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반인 여자친구를 코칭 스태프로 배치해주는 등 세심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다는 것에 놀라워했다. 누리꾼들은 “모국에서 저런 대우를 받아 마땅한 선수가 대우(를 받기는) 커녕 (파벌 싸움에) 시달리다 못해 타국으로 귀화해서야 제대로 대우 받는 현실이 맘 아프다”(닉네임 아하****)며 “차라리 러시아에 가서 저렇게 대접받고 있는 걸 보니 좋다”(잉여****)고 말했다.
안현수에 대한 러시아의 극진한(?) 대접은 국내 선수들이 맞부딪치는 현실과 비교되면서, 빙상연맹을 넘어 다른 체육단체에 대한 ‘비판’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가족끼리 조직의 자리를 나눠갖고(대한공수도연맹), 국고보조금 횡령(대한야구협회), 후원 물품 횡령(대한배드민턴협회), 회관 매입 과정 횡령(대한배구협회) 등 각종 비리와 부패 혐의로 얼룩진 국내 체육단체들에 대한 염증을 가감없이 쏟아냈다. 겨울 올림픽이 한창인 12일, 여름 올림픽의 ‘스타’ 박태환(수영) 선수가 겪어야 했던 애환(?)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게 한 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오늘의 유머’에는 ‘박태환 길들이기’란 제목의 사진 편집 게시물이 올라왔다.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각종 행사 불참 등을 놓고 대한수영연맹과 박태환 선수 사이에 벌어졌던 ‘괘씸죄’ 논란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한 이 게시물은 이날 295건의 추천을 받아, ‘오늘의 베스트’ 게시물 1위에 올랐다. 누리꾼들은 “박태환 정도면 스포츠 스타 중에서도 대스타인데 대우가 저 정도면 다른 선수들에겐 어떻겠느냐”(닉네임 시동**)며 “우리나라 스포츠 연맹을 다 갈아엎을 때까지 해외에 귀화해서 해외 선수로 뛰었으면 좋겠다”(닉네임 Oo*****)고 분통을 터뜨렸다.
누리꾼들은 댓글 등을 통해 박태환 길들이기 논란 한 가운데 선 이기흥 대한수영연맹 회장이 2005년 관급공사 수주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바 있는데도 최근 연임에 성공했다는 소식 등을 나누며 “이런 게 전혀 문제가 안 되는 걸 보니 연맹도 어지간히 썩은 모양”(닉네임 sh**)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그를 ‘아버지 리더십’으로 묘사한 2012년 한 스포츠지의 인터뷰 기사까지 찾아내, 비난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오늘의 유머’에는 ‘박태환 길들이기’란 제목의 사진 편집 게시물이 올라왔다.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각종 행사 불참 등을 놓고 대한수영연맹과 박태환 선수 사이에 벌어졌던 ‘괘씸죄’ 논란을 표현했다. 출처 오늘의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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