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봄배구’는 우승이 간절한 팀과 더 간절한 팀들의 대결이다. 프로배구 7연패를 노리는 남자부 삼성화재와 압도적인 전력으로 정규리그를 2연패한 여자부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은 관록의 절대강자. 둘은 이미 챔피언전에 올라 있다. 두 팀과 달리 플레이오프 대결부터 치러야 하는 팀들은 우승에 더 목마르다. 3년 연속 챔프전에서 삼성화재에 졌던 남자부 대한항공, 2011~2012 시즌 정규 1위에서 지난 시즌 6위로 추락했던 여자부 인삼공사는 각각 3위로 플레이오프 막차를 탔기에 전복을 꿈꾼다. 남자부 2위 현대캐피탈과 여자부 2위 지에스(GS)칼텍스도 챔피언이 돼 2인자 꼬리표를 떼고 싶어 한다.
이들 여섯개 남녀 팀 감독과 선수들이 17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3~2014 프로배구 미디어데이에서 우승의 간절함을 내비쳤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이 먼저 “우승 맛은 우리 선수들이 잘 안다. 플레이오프 매 경기가 풀세트 접전이었으면 좋겠다”고 자극했다. 그러자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시즌 전 1강으로 꼽혔던 이유를 알게 될 것”이라고 받아쳤다.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은 “결승전 올라와서 준우승만 세번 했다. 3전4기의 각오”라고 처지를 설명했다.
21일부터 플레이오프(3전2승제)에서 맞붙는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 선수들은 ‘타도 삼성화재’로 타오르고 있었다. 삼성화재 고희진을 포함해 이날 참석한 최태웅(현대캐피탈), 강민웅(대한항공) 모두 삼성화재 출신들이다. 강민웅은 “레오의 공격을 약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강한 서브”라고 했고 최태웅은 “레오가 못하기를 바라야 하는 상황이다. 매 경기 체력전으로 가야 승산이 있다”고 전망했다.
감독들은 기본기를 강조했다. 신 감독은 “단기전은 기본 싸움이다. 서브와 리시브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철 감독은 “큰 경기는 결국 외국인 선수 위주의 경기가 될 텐데 다양하게 활용해보려고 한다”며 전술 변화를 예고했다. 김종민 감독도 “마이클에게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여자부 감독들은 선수들의 성화에 못 이기는 척 통큰 당근책들을 제시했다. 지난 시즌 우승 뒤 감독에게서 귀걸이를 선물받았던 기업은행 김희진은 “이번엔 금으로 된 목걸이를 해달라”고 졸랐고 이정철 감독은 “선수들이 원하면 뭐든지 해주겠다”고 응답했다. 이선구 지에스칼텍스 감독이 “우승하면 휴가 45일”을 공약으로 내걸자 이성희 인삼공사 감독은 “두달 휴가를 주겠다”고 더 나갔다. 20일 지에스칼텍스와 플레이오프(3전2승제)를 벌이는 인삼공사 임영옥은 “하나를 고르라면 결혼반지보다 우승반지를 택하겠다”고 말해 분위기를 띄웠다.
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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