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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의 삼성? 이젠 삼성의 레오

등록 2014-04-08 19:25수정 2014-04-09 08:52

2013~2014 프로배구 최우수선수로 뽑힌 삼성화재의 레오가 7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 삼성트레이닝센터 배구코트에서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공을 베개 삼아 바닥에 누워 있다. 용인/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013~2014 프로배구 최우수선수로 뽑힌 삼성화재의 레오가 7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 삼성트레이닝센터 배구코트에서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공을 베개 삼아 바닥에 누워 있다. 용인/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남자프로배구 첫 통합MVP 2연패

한국 처음 왔을땐 과묵했지만
팀을 위해 희생하는 법 배워
사기 북돋우는 역할 도맡아
“신 감독과는 표정만 봐도 ‘척~’
시즌 끝나고 긴장 풀려 몸살”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레오(24·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는 단순한 ‘용병’이 아니다. 레오가 합류한 2012년부터 삼성화재 선수들은 오로지 레오만을 위해 움직였다. “난 최고가 아니지만 최고가 나를 위해 뛰게 만들었다”는 주장 고희진의 말처럼 코트 위 선수들은 자신을 낮추고 레오를 살렸다. 레오는 8일 열린 2013~2014 시즌 시상식에서 프로배구 남자부에서 처음으로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를 2연패했다.

시상식 하루 전날인 7일 경기도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레오를 만났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주말 동안 몸살을 앓았다고 했다. 무뚝뚝한 성격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가족들과 지내면서 시즌 내내 받았던 긴장이 모처럼 풀렸다. 어렸을 때부터 진지한 편이었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 부유하게 자라지 않아서 성공에 대한 책임감…. 일터에 오면 그런 책임감이 따라다녀서 진지해 보이려고 하다 보니 잘 웃지 않게 됐다.”

두 아들의 아버지이기도 한 레오는 어머니를 부양하는 ‘청년 가장’이다. “어릴 때 어머니가 ‘너도 아이를 낳아보면 알 것이다’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이제 그 말이 이해가 간다. 두 아들에게 어떤 아버지로 보일지 많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레오(24·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레오(24·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
레오는 한국에 오기 전엔 지금보다 더 과묵했다고 한다. 경기 내내 끊임없이 동료들을 격려하는 지금의 레오는 과거와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함께 뛴 석진욱(러시앤캐시 코치), 여오현(현대캐피탈), 고희진에게 배웠다. 자신들이 맡은 역할 외에도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고 사기를 북돋아주는 걸 봤다. 올 시즌 여오현과 석진욱이 빠지면서 내가 이런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경기 전 자신의 이름이 소개되면 튕기듯 뛰어나가 동료들과 손뼉을 마주치며 흥을 돋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팀을 위한 희생’도 한국에서 배웠다. “팀원들이 나를 위해 희생하는 게 삼성화재의 가장 큰 강점이라는 것을 안다. 나 역시 팀을 위해 희생한다는 각오로 시즌을 보냈다. 그게 삼성화재 우승의 원동력이다.” ‘희생’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외국인 선수, 흔치 않다.

그는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을 만나면서 새로 태어났다. 2009년 조국 쿠바를 떠나 푸에르토리코로 망명한 레오는 실력을 인정받아 2012년 러시아 리그로 이적했지만 소속팀의 외국인 선수 정원이 꽉 차 기약 없이 출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신 감독이 레오를 선택했다. “신 감독 역시 무뚝뚝한 인상이더라. ‘쉽게 친해질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래도 감독이니까 잘 보여야지라고 생각했다.” 레오가 기억하는 신 감독의 첫인상이다.

이제 레오는 신 감독의 표정만으로 마음을 읽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제 서로 신뢰가 쌓였다”고 했다. 통역을 맡은 김준엽씨는 “작전시간에 나온 얘기를 전하기 전에 (레오가) 먼저 말을 한다. 감독의 말과 대부분 일치한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입단 당시 76㎏(206㎝)에 불과할 정도로 왜소했던 레오는 현재 90㎏까지 몸집을 키웠다. 구단은 그의 가족들이 머물 아파트도 마련해줬다. “외국인 선수에게도 감동을 줘야 한다”는 신 감독의 ‘특별 관리’ 덕분이다. 레오는 지난 9일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신 감독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한국에서 배구를 할 수 있게 해주고, 배구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을 일깨워준 걸 감사한다”는 글도 덧붙였다.

시상식 뒤 레오는 가족과 함께 푸에르토리코로 긴 휴가를 떠난다. “한국에선 일이 끝난 뒤 할 수 있는 게 없었는데 고향으로 돌아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여행도 다닐 작정”이라고 말했다. 레오는 임대 형식의 다른 팀 외국인 선수와 달리 삼성화재로 완전 이적한 신분이다. 내년에도 그를 계속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레오는 “이렇게 긴 인터뷰는 처음”이라고 했지만 통역이 필요한 탓에 못다 한 얘기가 더 많았다. “내 페이스북에 많이 찾아와 달라는 얘기를 (팬들에게) 전해 달라”는 그에게 “못다 한 얘기는 내년 이맘때 다시 하자”고 말했다. 레오가 슬며시 웃었다. 용인/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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