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섭이 29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육상단 숙소 앞에서 도로를 달리며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삼성전자육상단 제공
경보 김현섭, 아시아경기 담금질
“육상에서 세계수준 가장 근접
3일 경보컵서 세계 톱10 도전”
“육상에서 세계수준 가장 근접
3일 경보컵서 세계 톱10 도전”
경보 국가대표 김현섭(29·국군체육부대)은 비인기종목의 설움 따위는 잊은 지 오래다. 경보가 한국 육상종목 중 세계 수준에 가장 근접해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 지난 29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그는 “육상 단거리·장거리 종목은 물론 마라톤까지 침체기인 반면 경보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경보 선수는 성인 남자의 경우 겨우 9명뿐이지만 세계 톱10을 바라보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메달을 두개나 획득했다. 경보는 독특한 규칙 때문에 신체조건 외에 기술적 요소가 많이 가미돼 다른 종목에 견줘 가능성이 열려 있다. 다른 종목은 신체 조건에 많이 좌우되기 때문에 세계 수준까지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
경보는 발뒤꿈치가 땅에 닿을 때 무릎이 펴져야 하고, 최소한 한발은 늘 땅에 닿아 있어야 한다. 이를 감시하기 위해 왕복 2㎞ 타원형 트랙을 10바퀴 또는 25바퀴 도는 경기에 심판이 9명이나 배치된다. 비디오 판독은 하지 않는다. 비디오의 힘을 빌리면 두 발이 공중에 뜬 장면을 정확하게 적발해낼 수 있지만 오로지 사람의 눈에만 의존한다. 경보를 ‘심판과의 싸움’으로 표현하는 이유다.
김현섭은 중학교 2학년 때 800m·1500m 중장거리 선수에서 경보로 종목을 바꿨다. 그는 올해 세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째는 20㎞ 한국신기록을 세우는 것이고, 둘째는 세계적 선수들과 함께 뛰어 상위권에 유지하는 것이고, 셋째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입니다.” 한국신기록 경신은 지난 3월에 달성했다. 일본 노미에서 열린 아시아 20㎞ 경보선수권대회에서 1시간19분24초 기록으로 우승하며 3년 만에 자신의 기록을 7초 앞당겼다.
김현섭은 두번째 목표를 위해 1일 중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3일부터 중국 타이창에서 열리는 세계경보컵대회에 출전해 50㎞에 출전하는 박칠성(32·삼성전자)과 함께 사상 최초로 세계 톱10 진입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는 50여개국에서 약 400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세계랭킹 3위인 그는 “도하와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에 그쳐 아쉬움이 많았다”며 “홈그라운드의 기운을 얻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꼭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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