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부산국제장대높이뛰기대회에서 한국기록을 경신한 진민섭이 25일 당시 사용한 장대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5m65 뛰어 한국신기록 경신
“인천아시아대회 금메달 목표
내년 세계선수권선 6위 진입”
“인천아시아대회 금메달 목표
내년 세계선수권선 6위 진입”
또래보다 키가 작아 멀리뛰기를 포기해야 했던 소년은 10년 뒤 한국에서 가장 높이 뛰는 선수가 됐다. 진민섭(22·인천시청)은 지난 17일 부산국제장대높이뛰기대회에서 5m65㎝를 뛰어넘어 자신의 종전 한국기록(2013년·5m64㎝)을 1㎝ 경신했다.
진민섭은 “중1 때 키가 작아 운동을 그만두려 했지만 선생님이 장대높이뛰기를 권유해 운동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대높이뛰기는 ‘1만번은 뛰어야 프로가 된다’는 말이 있다”며 “최소 15년은 해야 기술적으로 완숙해진다는 의미인데 아직 절반밖에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대높이뛰기가 재미있는 운동이라고 말한다. “장대를 꽂기 전에 잘 될지 못 될지 촉이 온다. 그리고 바를 넘는 순간 짜릿함은 다른 종목에는 없는 쾌감”이라고 말했다.
진민섭의 기량은 2010년 국가대표에 발탁된 뒤 급성장했다. 우크라이나 출신 아르카디 시크비라 코치와 정범철 코치의 집중지도를 받으면서부터다. 진민섭은 “예전에는 코치가 시키는 대로 흉내를 냈는데 지금은 코치의 지시를 이해한 뒤 그에 맞게 바꾸려고 한다. 시크비라 코치가 상당히 섬세하게 가르쳐준다”고 말했다.
장대높이뛰기는 5~6m의 바를 뛰어넘는 종목임에도 선수들의 키가 크지 않다. 세계적인 선수들도 평균 185~190㎝ 정도로 185㎝인 진민섭과 비슷하다. 올해 초 6m16㎝로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르노 라빌레니(28·프랑스)도 178㎝에 불과하다. 진민섭은 “최고기록도 중요하지만 평균기록을 높이는 게 목표”라며 “그래야만 어느 대회를 가더라도 결승에 갈 수 있고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바람 등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고, 4~5m에 이르는 장대도 변수다. 전술도 중요하다. 낮은 높이부터 뛰면 안정적이지만 체력은 갈수록 떨어진다.
장대높이뛰기도 아시아권과 세계 수준 사이에 큰 격차가 있다. 진민섭은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이 목표지만 내년 세계선수권 목표는 6등이다. 진민섭은 패기만만하다. 정범철 코치는 “진민섭은 청소년 챔피언 출신으로 겁이 없고 심리적으로 강하다”며 “지난해까지는 바람에 약했는데 올해는 많이 능숙해졌다”고 말했다.
진천/글·사진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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