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브라질월드컵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난 4일(현지시각) 축제 분위기가 가득한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 거리에서 한 소년이 축구공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브라질리아/AP 연합뉴스
올라, 브라질
7일 토요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은 간만에 평온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2014 브라질 월드컵 개최를 비판하는 크고 작은 시위가 경기장 근처 곳곳에서 열리고 있었다. 43살의 택시기사 카를루스는 “마라카낭 경기장 주변은 시위 때문에 항상 교통체증이 심했는데 오늘은 막히지 않아서 살 만하다”며 웃었다.
월드컵 개막일이 다가올수록 월드컵 개최 반대시위는 더 빈번해졌다. 지난 4일에는 시위대 규모가 매우 컸다. 시위대는 월드컵에 너무 많은 정부 예산이 투입된 것을 비판하고, “월드컵보다 필요한 것은 학교와 병원”이라고 외치며 도로를 점거했다. 토요일인 이날은 월드컵에 반대하며 투쟁하는 사람들도, 이들을 막는 경찰들도 모처럼 여유를 되찾았다. ‘주말에는 쉬어야 한다’는 브라질 사람들의 생각은 직장뿐 아니라 거리에서도 그대로 통용된다. 경기장 주변을 지키고 있던 경찰관 파비우(34)는 “주말에 시위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주말에는 다들 쉬어야 하지 않느냐”고 여유롭게 말했다. 파비우는 “도시를 파괴하는 것은 싫어하지만 그래도 브라질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시위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좋게 생각한다”며 웃었다.
리우데자네이루 교사노조(SEPE)는 4일 교사 임금 인상과 교사 인력 확충, 그리고 학교 이사진의 직접 선출 등을 요구하며 시청에 들어가 에두아르두 파이스 시장 집무실을 점거했다. 그런데 토요일이 되자 이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시청 안전 요원 알바루(28)는 “어제까지 집무실을 점령했지만 오늘은 다들 집에 가서 쉬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브라질 특유의 여유로움은 월드컵 개최와 복지에 대한 요구를 둘러싼 정부와 노조·시민 간의 극렬한 대치 상황에서 완충제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허승 기자 rais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