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정권 실세와 갈등설 등
일부선 타의에 의한 사퇴 분석도
일부선 타의에 의한 사퇴 분석도
김진선(68) 2018 평창겨울올림픽 조직위원장이 21일 전격 사퇴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조직위원회 사무실에서 회의를 주재하면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보도자료를 통해 “평창겨울올림픽 준비가 전환기를 맞아 더욱 세밀한 실행력이 요구돼 새로운 리더십을 위해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임기가 1년3개월가량 남겨두고 있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사퇴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는 2011년 11월 평창겨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직후 초대 조직위원장을 맡았고, 지난해 10월에는 연임에 성공했다.
김 위원장의 사퇴설은 지난주부터 흘러나왔다. 지난 6월 이후 조직위는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있었고, 지난 10일에는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문동후 조직위 부위원장의 사표가 수리됐다. 지난 17일 열린 강릉빙상경기장 건립공사 기공식에 김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으면서 사퇴설은 더욱 확산됐다.
일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준비위원장까지 지낸 김 위원장이 현 정권 실세와 갈등 끝에 밀려났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감사원 감사에서 조직위가 최근 3년간 기업 협찬을 제대로 구하지 못해 은행빚으로 운영해온 점이 지적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부위원장이 감사 지적 내용과 관련해 책임지고 물러났는데, 김 위원장도 이를 책임지는 차원에서 사퇴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7월 초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평창에서 소치겨울올림픽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브리핑을 할 때 우리는 제대로 준비가 안 돼 김 위원장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주변에 그만두겠다고 했다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현재 경기장 등 대회 시설은 강원도에서 맡고 있고, 조직위는 개·폐회식과 문화행사, 조직위 운영자금 등을 자체 조달해 해결하도록 돼 있다. 약 2조원가량 예상되는 대회 운영자금은 후원사의 후원금과 일부 기금, 라이선스 등으로 충당한다. 조직위 쪽은 “최근 통신과 의류 분야에서 후원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운영자금은 향후 마케팅 활동을 통해 메울 예정이어서 큰 문제는 안 된다”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위원장직을 고사해 당분간 조직위의 행정 공백이 불가피하다. 조 회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한진해운 정상화를 비롯한 업무가 산적해 조직위원장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빠른 시일 안에 대의원 총회를 열어 새 위원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이찬영 석진환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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