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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씩 쏘는 ‘러시안룰렛’…끝까지 남는자가 ‘금메달’

등록 2014-08-06 18:51수정 2014-08-06 22:11

진종오가 2012년 7월28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그리니치파크 왕립 포병대 기지 사격장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 10m 공기권총 결승에서 신중하게 조준을 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진종오가 2012년 7월28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그리니치파크 왕립 포병대 기지 사격장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 10m 공기권총 결승에서 신중하게 조준을 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서바이벌로 바뀐 사격경기 결선
본선 진출 8명 ‘0점’서 새로 시작
첫 6발 뒤 2발씩 쏘고 꼴찌 탈락
마지막 2명은 20발 합계로 ‘금·은’
김선일 코치 “당일 컨디션이 변수”
사격 대표팀의 간판스타 진종오(35·케이티)는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50m 권총 결선에서 믿기 어려운 드라마를 연출했다. 예선 5위로 결선에 올라 10발의 승부에서 무려 7점의 차이를 뒤집는 대역전극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선 이보다 더 흥미진진한 ‘서바이벌’ 경쟁이 펼쳐진다. 지난해부터 사격대회 결선 규칙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세부 종목마다 규칙이 조금씩 다르지만 진종오의 주종목인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 부문을 보면, 60발의 예선 기록으로 가려진 8명이 ‘제로 베이스’에서 결선을 시작한다. 이전에는 예선 기록을 결선에 반영했다. 총 20발의 합계점수로 금메달을 가리지만 모두가 20발을 다 쏠 수 있는 건 아니다. 처음 6발(3발씩 2회)은 모든 선수가 쏜다. 이때부터 생존 경쟁이 시작된다. 2발씩 쏠 때마다 결선 누적점수가 최하위인 선수는 탈락한다. 동점이 나올 경우 2발의 슛오프로 탈락자를 가린다. 최종 ‘생존자’ 2명이 마지막 2발을 쏜 뒤 총 20발의 합계점수가 높은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한다.

결선 규칙을 바꾼 이유는 텔레비전 중계 때문이다. 대부분의 올림픽 종목이 팬과 시청자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뀐 반면 기존의 사격 결선 방식은 1986년에 도입된 이후 바뀌지 않았다. 특히 예선 점수를 결선에 반영하는 것에 대해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국제사격연맹은 2010년부터 다양한 미디어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고 수차례의 테스트를 거친 결과 ‘제로 베이스+서든 데스’가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75초에 1발씩 쐈던 제한시간 규정도 50초에 1발로 바꿔 빠른 경기 진행을 유도했다. 단, 기존의 10발에서 20발로 격발 수를 늘려 진정한 실력 검증을 위한 보완 장치를 마련했다.

바뀐 규칙이 우리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전체 기록이 꾸준히 좋은 선수는 예전 방식이 유리하지만, 기록에 기복이 있는 선수에겐 새 규칙이 더 좋을 수 있다. 김선일 남자 대표팀 권총 부문 코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유리한 것도 불리한 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와 올해 국제대회에서 바뀐 규칙으로 경기를 치러봤는데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변수는 경기 당일의 컨디션이다. 김 코치는 “우리 선수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의 모든 선수들이 똑같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규칙이다. 일단 결선에 오른 선수들의 메달 색깔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따며 세계 권총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진종오는 아직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이 없다.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10m 공기권총 금메달과 50m 권총 은메달을 따내며 인천아시안게임 전망을 밝게 했다. 특히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쟁 끝에 최종 생존자가 되며 새 규칙에 적응했음을 증명했다. 그는 마지막 3명이 남은 상황에서 2발을 쏜 뒤 터키의 유수프 디케츠에게 0.6점 뒤진 채 중국의 푸치펑과 동점이 됐다. 슛오프에서 푸치펑을 꺾은 진종오는 마지막 2발에서 디케츠에게 0.3점 차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진종오는 “슛오프에서의 승리로 마지막 순간에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운도 많이 따랐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진종오를 포함한 남자 권총 대표팀은 인천아시안게임 경기가 열리는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지난 4일부터 열흘간 현지 적응훈련에 들어갔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종목인 만큼 외부 인터뷰도 거절하고 막판 컨디션 조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직전인 다음달 3일부터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리는 세계사격대회에 참가한다. 올림픽처럼 4년마다 열리는 대회로 세계 사격계의 가장 큰 행사다. 김 코치는 “세계대회가 실전 연습 차원에서 아시안게임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시차 적응 문제 때문에 불안한 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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