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원
[속 보이는 스포츠] 올 시즌 슈퍼6000 클래스 도전
‘한류스타’ 류시원(42·사진1)은 올해 차를 바꿨다. 반년이 넘게 새차를 탔지만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류시원은 “이 차가 겉으로 볼 때는 거칠어보이지만 실제로는 너무 섬세하다”고 말했다.
자가용 이야기가 아니다. 베테랑 카레이서 류시원(팀106)이 올 시즌 새롭게 도전한 스톡카 이야기다. 류시원이 활동하는 씨제이(CJ)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에는 총 네 종류의 클래스가 있다. ‘슈퍼6000’은 그중 최상위 클래스로 여기에 사용되는 차는 기존 양산차(시판되기 위해 제조된 차)를 개조한 것이 아닌 오직 레이스를 위해 제작된 본체에 현대 제네시스의 카울(외피)을 씌운 스톡카다. 지난 5년 동안 차상위 클래스인 지티(GT) 클래스에서 활약했던 류시원은 올 시즌 슈퍼6000 클래스로 바꾸면서 배기량 6200cc, 436마력의 엄청난 힘을 자랑하는 이 스톡카를 몰게 됐다.
스톡카는 일반차의 카울을 덮고 있기 때문에 흔히 보는 차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어떨까? 슈퍼레이스 6라운드 ‘슈퍼나이트’가 열린 13일 강원도 태백레이싱파크에서 류시원의 차 속을 들여다봤다.
차 안은 마치 만들다 만 듯이 파이프 프레임이 다 드러나보여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일반차와 달리 스톡카는 무게는 줄이고 강도는 높이기 위해 파이프 프레임으로 제작된다. 경주를 위해 제작된 스톡카에는 빠른 주행과 레이서의 안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치 외에는 모두 불필요한 것이다. 운전석을 제외한 나머지 좌석은 아예 없다. 에어컨과 카오디오도 물론 없다. 심지어 와이퍼도 하나만 달려있다.
최근 불미스러운 일로 마음고생을 했던 류시원은 “레이스가 펼쳐지는 40분 동안 단 1초도 한눈 팔 새 없이 레이싱에만 극도로 몰입해야 한다. 그 몰입 때문에 그만둘 수 없다”고 말했다. 류시원이 40분 동안 자기와의 싸움을 벌여야 하는 곳이 바로 차 속이다. 그러나 436마력의 엔진에서 뿜어내는 열기로 차안 기온은 최대 60℃까지 올라간다. 찜통 같은 차안에서 40분 동안 레이스를 벌일 수 있는 것은 양쪽 창문에 붙어있는 ‘에어덕트’덕분이다. 에어덕트는 외부와 연결된 굵은 관으로 차가 달릴 때 바깥 찬 공기를 안으로 불어넣는다. 소화기도 필수품이다. 그러나 스톡카의 소화기는 약간 독특하다. 노즐을 통해 엔진, 연료통 등 차 구석구석 연결돼 있어서 운전석 옆의 빨간 레버를 당기기만 하면 소화기 안의 분말이 즉각적으로 곳곳에 분사된다. 소화기를 들고 직접 뿌릴 필요가 없다.
변속기 옆의 특이한 모양의 레버는 좌우 기울기를 조절하는 스태빌라이저 레버다. 레이서가 주행 중에 좌우 기울기 정도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앞뒤 브레이크 밸런스를 조정하는 레버도 핸들 아래 있다. 일반 차에서는 필요없는 장치지만 경기 중에도 세팅을 변경해야 하는 레이서에게는 필수적이다.
핸들 앞에 달린 ‘데이터로거’에는 주행 중 발생하는 상황이 데이터 형태로 축적된다. 코너에서 핸들을 얼마나 꺾는지, 브레이크는 어느 정도 세게 밟는지, 가속 페달은 얼마나 밟는지 등등 류시원의 주행 데이터를 모두 저장한다. 이렇게 저장된 데이터는 차량을 세팅하고 레이스 훈련을 할 때 유용한 정보가 된다. 계기판이 없는 대신 데이터로거를 통해 속도, 알피엠(RPM) 등 기본적인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스톡카의 브레이크는 기계식이다. 류시원은 “지티에서는 전자식 브레이크라 살짝 밟아도 제동이 됐는데, 이 차는 아주 세게 밟아야 된다”고 말했다. 기계식 페달은 전자식보다 다루기 어렵지만 숙달되면 더 섬세한 조작이 가능하다.
류시원은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하는 등 지티 클래스 종합 3위에 오르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올해 슈퍼6000에 새롭게 도전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대회에서도 6위에 그쳤다. 스톡카는 국내 레이스 대회에 사용되는 차량 중 가장 큰 배기량과 마력을 자랑한다. 그만큼 다루기가 어렵다. 류시원은 “스톡카는 지티보다 토크가 훨씬 세다. 즉 거칠어보이지만 훨씬 섬세한 운전 기술을 필요로 한다. 브레이크도 강하지만 동시에 부드럽게 밟아야 하고, 엑셀도 밟아야 되는 것보다 조금만 더 밟아도 차가 돌아가버린다. 스톡카는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스톡카는 그만의 매력이 있다. 더 레이스카답고, 내로라하는 레이서들이 모인 만큼 경쟁도 치열해 더 재미있다”며 도전 의지도 불태웠다.
류시원은 “스톡카에 적응하고 차 세팅을 잡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올해는 자리잡는 해로 생각하고 큰 욕심은 버렸다. 하지만 이것이 헛된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태백/허승 기자 raison@hani.co.kr
스톡카
스톡카 내부모습
에어덕트
소화기
스태빌라이저
데이터로거
페달
뒷 모습
류시원의 혈액형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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