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애경, 김범준. 김양희 기자
아시안게임 3관왕 김범준·김애경
대회 한달전 혼합복식서 호흡
처음엔 기싸움 많이 했지만
“애경이 누나 스트로크 최고”
“범준이는 센스 최고” 명콤비
내년 세계선수권 제패 ‘목표’
대회 한달전 혼합복식서 호흡
처음엔 기싸움 많이 했지만
“애경이 누나 스트로크 최고”
“범준이는 센스 최고” 명콤비
내년 세계선수권 제패 ‘목표’
연하남은 사각의 코트에만 들어서면 반말을 해댔다. “김애경, 들어와!” 연상녀는 꾹 참고 있다가 코트 밖으로 나오자마자 연하남의 뒤통수를 한대 후려쳤다. 국가대표 8년차 연상녀와 국가대표 3년차 연하남. 코트 밖에서는 티격태격하지만 코트 안에서는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며 생애 첫 금메달을 따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정구가 전 종목(7개)을 휩쓰는 데 힘을 모은 ‘정구 남녀’ 김애경(26·사진 왼쪽·NH농협), 김범준(25·오른쪽·문경시청)을 최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만났다. 둘 다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올랐다.
김애경과 김범준이 처음 혼합복식 호흡을 맞춘 것은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한 달 전이었다. 실업연맹 대회에 함께 나갔다가 짝꿍이 됐다. 주인식 정구 대표팀 감독은 “처음에는 둘의 기싸움이 만만찮았다. (범준이가) 후배지만 혼복은 남자가 리드하는 게 적합해 조율해줬다”고 말했다. 코트 안에서 반말은 주 감독의 허락하에 이뤄진 것이다.
짝에 대한 칭찬이 빠질 수 없다. “애경이 누나는 손목 힘이 세서 스트로크가 강력해요. 앞에서 내가 정상적인 플레이만 하면 이길 자신감이 생기죠. 자기 것만 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누나는 내 플레이를 하도록 도와줘요.”(김범준) “범준이는 센스가 좋은 것 같아요. 앞에 있는 선수들은 머리싸움을 잘해야 하거든요. 순발력도 있고요.”(김애경)
첫 금메달을 확정지은 순간 가장 먼저 누가 생각났을까. ‘유부남’ 김범준은 “딸 소율이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고 했다. 갓 100일을 넘긴 아이의 아빠로 군 문제 때문에 대회 전까지 마음이 복잡했었다. 게임 당일에는 새벽 3시에 깨서 잠을 설치기도 했다. “소율이가 너무 어려서 아내가 경기장에 못 왔는데 티브이 중계를 안 해줘서 경기를 못 봤어요. 제가 전화로 결과를 알려주니까 울더라고요.” 대회를 치르면서 8㎏이나 빠졌던 그는 최근 하루 5~6끼씩 먹어가며 몸무게를 늘리고 있다.
단식 경기에서 한번도 진 적이 없던 후배(김보미)에게 패하며 동메달을 딴 김애경도 후련한 마음으로 시상대에 올랐다. 세계 최강이지만 정작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없어 무관의 제왕에 그칠 뻔했던 그였다. 주인식 감독은 “대표팀 선수들 중 제일 많은 4종목에 출전했던 김애경이 단식전 패배로 주저앉았다면 한국의 전 종목 석권은 힘들 수도 있었다”고 했다. 혼복 금메달은 줄줄이 남녀 복식, 남녀 단체전 금메달로 이어졌다.
“금메달을 보면 그저 웃음만 나온다”는 김애경과 “금메달 3개를 세 식구가 나눠 걸고 백일 사진을 찍었다”는 김범준은 이번주부터 각자 소속팀에서 전국체전 준비에 들어갔다. 김애경의 대표팀 은퇴 무대가 되는 내년 세계선수권에서 다시 한번 짝을 이뤄 혼복 금메달을 따내는 게 이들의 새로운 목표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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