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출신 마라토너 월슨 로야나에 에루페
충남체육회 입단 계약…귀화 추진
육상 종목에서도 귀화선수가 탄생할 수 있을까.
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7)가 국내 실업팀인 충남체육회와 계약했다. 에루페의 대리인 오창석 백석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9일 “에루페가 충남체육회와 계약을 완료했으며 이달 말까지 관련 서류를 대한체육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달 대한체육회 심사에서 통과할 경우 에루페는 법무부 심의를 거쳐 귀화선수로 승인을 받게 된다.
에루페는 오 교수가 직접 발굴한 선수다. 4년 전 무명의 선수를 발굴해 경주국제마라톤에 출전시켜 우승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올해 서울국제마라톤대회까지 모두 4차례 우승을 거머쥐었다. 기록 면에서 국내 선수들과 큰 차이를 보이는 에루페는 도핑테스트 양성반응으로 자격정지 2년을 처분받아 리우올림픽 참가 여부는 불투명하다. 현재 자격정지 기간은 끝났지만 징계 해지 이후 3년이 지나야 대표선수로 뛸 수 있다는 대한체육회 대표 선발 규정 때문이다.
에루페의 귀화를 두고 육상계 안에서도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손기정·황영조 등 한국 육상의 자존심인 마라톤에서 국내 선수 발굴을 포기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이에 대해 “에루페의 경우 1년6개월 계약에 6000만원 정도만 받고 있는데다 이봉주 이후 뚜렷한 유망주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다문화시대에 귀화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년 전부터 오 교수와 교감을 나눠온 대한육상경기연맹도 에루페의 귀화 추진을 적극 돕는다는 입장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체육분야 우수인재 특별귀화자는 농구의 문태종·문태영 형제를 비롯해 모두 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구에는 여자농구 킴벌리 로벌슨(한국이름 김한별) 등 3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쇼트트랙에는 대만 출신 공상정 선수가 있다. 이밖에 아이스하키가 가장 많은 5명의 귀화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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