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했는지, 나도 모르게 소극적으로 경기를 했던 것 같다.”
한국 남자테니스의 ‘희망’ 정현(19)이 고대했던 ‘그랜드슬램대회 본선 첫승’을 허망하게 날려버린 뒤 한 말이다. 윤용일 전담코치도 “정현이 평소보다 많이 긴장을 많이 해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놓쳤다. 경기운용 능력이 많이 아쉬웠다”고 했다.
세계랭킹 79위 정현이 29일(현지시각)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2015 윔블던(총상금 2675만파운드) 본선 첫날 남자단식 1회전에서 세계 151위 피에르-위그 에베르(24·프랑스)와 3시간11분 동안 풀세트 접전을 펼친 끝에 2-3(6:1/2:6/6:3/2:6/8:10)으로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지난달 세계랭킹 69위까지 오르며 윔블던 본선에 직행한 정현은 2008년 프랑스오픈의 이형택 이후 7년 만에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그랜드슬램대회 본선 첫승을 노렸지만 ‘멘털’이 흔들리며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에베르는 지난 1월 호주오픈 예선에서 정현이 2-0(6:4/6:2)으로 완파한 상대였기에 아쉬움은 더했다. 정현은 졌지만 2만9000파운드(5100만원)를 받게 된다.
시니어로서는 처음으로 그랜드슬램 본선 무대에 섰던 정현은 “주니어 대회와는 확실히 다른 것 같다. 모든 선수들이 톱 선수라 느껴진다. 그랜드슬램 본선이었는데 아쉽다.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할 거 같다”고 아쉬워했다.
정현은 이날 5세트에서 게임스코어 3-1로 앞서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에베르의 서브 게임에서 15-40까지 앞서다 브레이크를 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이 게임을 잡았더라면 4-1로 달아나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현은 게임스코어 4-3으로 앞선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도 40-0으로 리드하다 브레이크를 당하며 무너졌다. 큰 무대 경험부족을 그대로 드러낸 승부였다. 정현은 광주유니버시아드 출전을 위해 7월1일 귀국한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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