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이 12일 열린 광주유니버시아드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에서 러시아의 아슬란 카라체프를 2-1로 누르고 우승한 뒤 오른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제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부딪쳐 보고 싶었어요. 지금 못 버티면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 이를 악물고 쳤습니다.”
12일 광주 염주실내코트에서 열린 2015 광주여름유니버시아드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전. 세계 180위인 아슬란 카라체프(러시아)를 맞아 첫 세트에 고전하다 2세트부터 투혼을 발휘해 2-1(1:6/6:2/6:0)로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한 정현(19·상지대)은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세계랭킹 79위인 정현은 랭킹에서 상대보다 크게 앞섰으나, 2015 윔블던 본선 1회전을 치르고 곧바로 귀국해 이번 대회에 나선데다 남자복식·혼합복식 경기까지 치르느라 체력이 바닥난 상황이었다. “오늘도 지면 며칠 잠을 못 잘 것 같아서 ‘잠이라도 편하게 자보자’ 하는 마음으로 나선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대회 1번 시드를 받은 정현은 단·복식과 혼합복식 결과를 합산해 순위를 정하는 단체전에서도 우승하는 기쁨을 맛봤다. 전날 남지성(22)과 짝을 이뤄 출전한 남자복식 결승에서는 영국의 대런 월시-조 솔즈베리에게 1-2(6:2/3:6/8:10)로 아쉽게 져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정현은 “사실 어제 남자복식 결승에서 지성 형이 잘해줬는데 나 때문에 졌다”며 “오늘 단식 우승을 하면서 같이 나온 동료 선수들과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게 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전 유니버시아드에서 임용규가 2011년 중국 선전과 2013년 러시아 카잔 대회에서 연속으로 남자단식 우승을 차지한 바 있어, 한국 테니스는 이번 정현의 우승으로 남자단식 3개 대회 연속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전날 여자복식 결승에서 이소라(21·NH농협은행)-한나래(23·인천시청) 짝이 대만의 리야쉬안-쉬제유(대만)를 2-0(6:4/6:4)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따내는 등 한국은 이번 대회 테니스에 걸린 7개의 금메달 가운데 3개를 수확하는 성과를 올렸다. 한국이 유니버시아드 테니스 여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은 1991년 영국 셰필드 대회 김일순-이정명 이후 24년 만이다.
정현은 이날 출발은 좋지 않았다. 자신의 첫 서브 게임을 상대에게 내주고 0-2까지 끌려가면서 1세트를 1-6으로 맥없이 내줬다. 2세트부터는 힘을 냈다. 2게임만을 내주고 승리한 뒤 3세트에서는 6-0으로 완전히 상대를 제압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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