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민(KB손해보험)이 만 35살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권영민은 지난 4월 대학 졸업 이후 줄곧 몸담았던 현대캐피탈을 떠나 케이비손해보험의 전신인 엘아이지(LIG)손해보험으로 팀을 옮겼다. 그는 “한번도 팀을 옮길 마음이 없었다”고 말했다. 인하대를 졸업하고 2002년 말 실업팀 현대에 입단해 선수생활을 하면서 국내 대표 세터로 활약했고, 최근에는 팀 후배 이승원 등과 세터 역할을 분담하면서 출전 기회가 줄었다.
그러던 그는 지난해 말 트레이드 파동의 중심에 서면서 배구 인생에 새로운 기로를 맞았다. 현대캐피탈이 권영민·박주형을 묶어 한국전력 서재덕과 2 대 1 임대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것이다. 비록 시즌이 끝난 뒤 원소속으로 복귀하는 임대 형식이었고 이마저도 규정 위반으로 무산됐지만 잔잔하던 그의 경력에 파문을 던지기에는 충분했다. 당시 은퇴까지 생각했다는 그는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권영민은 소속팀 케이비손해보험에 대해 “선수들이 젊어서 그런지 팀 분위기가 밝고 좋다”고 평가하고 “감독·코치들이 믿어주고 후배들은 물론 주위에서 많이 도와줘 편안하게 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성형 케이비손해보험 신임 감독은 현대캐피탈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선배이자 코치이기도 하다.
케이비손해보험도 권영민이 가세하면서 새로운 변신을 맞고 있다. 케이비손해보험은 첫 공식무대인 한국배구연맹(KOVO)컵 대회에서 대한항공과 오케이(OK)저축은행·신협상무를 잇따라 꺾고 3전 전승으로 4강 토너먼트에 합류했다. 강성형 감독은 “권영민이 오면서 팀 색깔도 변화했다. 빠른 배구, 그리고 선수들이 적극적인 태도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범실이 줄어든 점도 권영민 효과라고 그는 덧붙였다.
유니폼을 갈아입고 치른 첫 경기를 앞두고 부담감 때문에 밤잠도 못 잤다는 권영민은 “케이비손해보험에 온 것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2시간이 넘는 풀세트 접전을 펼친 대한항공과의 첫 경기는 물론 오케이저축은행, 상무와의 경기에서도 경기 내내 안정감 있고 다양한 볼배급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그러나 장기 레이스를 펼치는 정규시즌에서 체력은 권영민에게 늘 따라붙는 문제다. 권영민은 “아직까지는 체력적으로 큰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강성형 감독은 “현대캐피탈에 있으면서도 풀타임으로 뛰어볼 기회가 적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워낙 경험이 많은 선수이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주/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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