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중·장거리 강국 케냐가 단거리와 필드 종목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세계 육상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케냐는 2015 베이징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7개, 은메달 6개, 동메달 3개로 미국을 제치고 사상 첫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케냐, 세계선수권 첫 종합우승
단거리·필드종목도 메달 따내
남자100m 쑤빙톈 9초대 진입 등
중국도 정상급 도약 가능성 발견
한국은 남자 경보 김현섭만 ‘톱10’
육상 강국 미국은 단거리 종목에서 강세를 보인 자메이카(금 7개, 은 2개, 동 3개)에도 밀려 3위(금 6개, 은 6개, 동 6개)에 머물렀다. 그러나 미국은 18개의 메달로 최다 메달을 획득했고, 1~8위까지 차등 분배하는 포인트를 기준으로 정한 종합순위에서는 214점을 얻어 케냐(173점)를 앞섰다. 육상의 저변만큼은 미국이 가장 넓다는 뜻이다.
최경열 대한육상경기연맹 전무이사는 “케냐가 이번 대회에서는 단거리 종목에서도 메달을 수확했다.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미국 등 기존 강국들이 긴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케냐는 2013년 러시아대회(금 5개, 은 4개, 동 3개) 때보다 금메달과 은메달이 2개씩 늘었다. 단거리 종목에서 선전한 결과다. 이전 대회까지 800m 이상에서만 메달을 획득했던 케냐는 남자 400m 허들에서 첫 메달을 금으로 장식했다. 니콜라스 벳이 400m 허들 결승에서 47초79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가 열리기 직전까지 시즌 기록 1~5위는 모두 미국 선수가 보유하고 있었다.
케냐는 필드 종목에서도 첫 금메달이 나왔다. 줄리어스 예고가 남자 창던지기에서 가장 먼 거리인 92m72를 던졌다. 그동안 아프리카 선수들은 순발력과 심폐 기능에서 뛰어났지만, 상체 근육을 사용하는 종목에서는 약점을 보여왔다. 창던지기도 더 이상 백인 선수의 전유물이 아님을 입증한 것이다. 마라톤과 1만m, 5000m, 3000m 장애물에 편중되던 케냐의 메달은 2000년대 들어 1500m와 800m 등 중거리로 확장됐고, 이번에는 단거리 종목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중국의 부상도 의미있는 현상이다. 최경열 이사는 “그동안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개최국 중국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금메달은 1개뿐이지만 은메달 7개, 동메달 1개를 따냈다. 2013년 대회(은 1개, 동 3개)에 견줘 크게 늘었다. 개최국이긴 하지만 기록경기에서의 약진은 충분히 의미를 지닌다.
여자 20㎞ 경보에서 류훙이 금메달을 따낸 중국은 여자 투포환과 여자 해머던지기, 여자 창던지기에서 은메달을 따냈고, 남자 높이뛰기에서도 2위에 올라 필드 종목에서도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또 남자 400m 릴레이에서는 자메이카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남자 100m에서는 쑤빙톈이 9.99를 기록하며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선수권 결승에 올랐다.
한국은 다시 한번 세계의 벽을 확인했다. 모두 12명의 선수가 출전했지만 남자 경보 20㎞의 김현섭(30·삼성전자)만이 톱 10에 진입했다. 최경열 이사는 “세계선수권의 기준기록이 강화되면서 남자 100m와 세단뛰기, 마라톤, 경보 등에만 선수들이 출전했다. 마라톤 역시 케냐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퇴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나마 가능성을 발견한 경보에 좀더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