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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하나에도 끈질긴 배구 하고 싶어요”

등록 2015-10-01 19:33수정 2015-10-01 22:20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이 1일 경기도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 배구 훈련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김양희 기자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이 1일 경기도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 배구 훈련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김양희 기자
임도헌 삼성화재 신임감독 인터뷰
‘임도헌 감독’을 인터뷰한다고 하니 “현대(캐피탈) 감독 됐어?”라고 묻는 이가 다수였다. “삼성화재 감독”이라고 강조하니 놀랍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배구 인기가 절정이었을 때 현대자동차(현 현대캐피탈) 주공격수였던 그는 후위에서 벼락같이 떠올라 백구를 삼성화재 코트에 팡팡 꽂아넣고는 했다. 엄청난 힘과 투지로 ‘임꺽정’으로도 불렸다. 선수 때의 강렬함을 떠올리면 쉽사리 ‘삼성화재 사령탑’으로서의 임도헌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삼성화재의 파란 유니폼을 입고 10년 동안 코치 생활을 했고, 지난 5월 신임 감독으로 임명됐다.

1일 오전 경기도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마주한 임도헌(43) 감독은 “배구가 은근히 보수적이어서 타 구단 선수 출신을 코치로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은퇴 뒤 다른 팀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한 것은 아마 내가 처음인 것으로 안다”며 “2006년 처음 코치로 선임됐을 때 삼성화재 내부에서도 반대가 심했다고 들었다. 그런 분위기를 알고 있어서 정말 배수의 진을 치고 코치 생활을 했고, 나 자신한테도 더 가혹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다른 구단 출신이라 반대 심했지만
코치생활 10년만에 사령탑 맡아
“믿을 건 훈련뿐” 선수들 투지 자극

‘특급 외인’ 레오 입국 늦어져 비상
“선수 대체 여부 이번주 안에 결정”

임 감독은 ‘훈련에 답이 있다’는 신치용 전 감독(현 삼성화재 단장)의 기조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삼성화재 선수들은 여전히 아침 6시에 기상해 몸무게를 재고 스트레칭을 하며 오후에는 수비와 서브 리시브 중심의 훈련을 한다. 밤 11시에 휴대폰을 수거하는 것도 변하지 않았다. “늦은 밤 휴대폰 사용이 다음날 훈련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임 감독은 “믿을 것은 훈련밖에 없다. 내가 준비가 됐으면 어떤 상대건 자신 있게 맞붙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선수들에게 거듭 미리 한계를 짓지 말라고 강조한다. 분명 한계는 있겠지만 자기 틀 안에 가두지는 말았으면 한다”고 했다. 훈련 때마다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공 하나’. “공 하나에 한 세트, 한 경기, 더 나아가 시즌 전체의 흐름이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전임 감독의 영향도 있겠으나 ‘훈련 지상주의’는 스스로의 경험에서도 비롯됐다. 임 감독은 초등학교 때 잠깐 배구를 하다가 관둔 뒤 경북체고 1학년 때 다시 배구를 시작해 1년 만에 청소년대표팀, 2년 만에 국가대표팀에 발탁됐다. 워낙 타고난 힘이 강한 것도 있었으나 “미친놈같이”, “남들 놀 때 안 놀고”, “밥 먹는 것보다 더 좋았던” 배구에 몰입했던 결과였다. 위기는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아침 달리기 연습 도중 오른쪽 얼굴에 안면 마비가 왔다. 아직도 임 감독의 오른쪽 얼굴은 굳어 있다. 임 감독은 “다행히 어깨는 괜찮으니까 계속 배구를 했다. 산적 같아진 얼굴 때문에 ‘인기상은 은퇴 때까지 못 받겠구나’ 싶었는데 성균관대 4학년 때 인기상을 받았다”며 껄껄 웃었다.

2015~2016 V리그 개막일(10일)까지는 채 열흘이 남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아직 한 해 농사를 가늠할 수도 있는 외국인 선수 문제를 매듭짓지 못했다. 지난 3시즌 동안 뛰었던 레오가 미국에서 개인적인 송사 때문에 입국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 감독은 “지난 4월 레오와 재계약했을 때만 해도 내가 제일 마음 편한 줄 알았다”며 “이번주까지는 레오를 계속 기다릴지, 대체 외국인 선수를 찾을지 이번주 내에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세진(OK저축은행), 강성형(KB손해보험), 최태웅(현대캐피탈) 등 인연이 있는 감독들과의 대결에 대해서는 “바깥에서 만나면 좋은데 시합 들어가면 전투력이 생긴다”고 했다.

임 감독은 두 아들 모두 운동을 한다. 첫째 준우는 야구(서울고1)를, 둘째 준범이(송림중3)는 아빠처럼 배구를 한다. 운동선수를 둔 부모의 마음을 알기 때문인지 그는 주전 선수보다 후보 선수가 잘했을 때 더 기쁘단다. “삼성화재 선수들은 대부분 대학 때까지 빛을 못 본 선수들이에요. 이 선수들이 우리 팀에서 배구로 빛을 봤으면 좋겠어요.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는데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이 보여줬으면 하죠. 그게 세상에 맞는 이치잖아요.”

용인/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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