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보다는 아쉽다. 현역 은퇴 뒤 곧바로 팀 사령탑 중책을 맡은 최태웅(39·사진) 현대캐피탈 감독의 첫 홈경기 소회다.
초보 감독이면서 ‘스피드 배구’라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던진 남자배구 최연소 사령탑 최태웅 감독은 12일 홈 개막전에서 빠른 배구를 선보이며 우리카드를 상대로 첫 승을 신고했다.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따낸 값진 승리였다. 최 감독은 “선수들이 긴장하고 흥분해 연습한 만큼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세터와 공격수의 타이밍이 연습한 만큼 안 나왔다”며 경기를 복기했다. 연습경기 때만 해도 70% 수준이던 ‘스피드 배구’가 개막전에서는 50%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세터 노재욱이 자신감을 잃으면서 외국인 선수 오레올 까메호에 대한 의존도가 그동안 20여차례 치른 연습경기보다 훨씬 높았다. “외국인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생각보다 높아져 당황했다”는 최태웅 감독은 경기 중 주포 문성민의 공격 타이밍이 어긋나자 작전타임 동안 “너의 타이밍이 빠른 거냐, 공이 느린 거냐”고 직접 확인하는 모습도 보였다. 스피드 배구는 외국인선수 한명보다는 다수의 선수들이 빠르고 조직적인 플레이로 득점을 올리는 배구다. 최 감독은 “첫 경기에서 원하는 만큼 보여주진 못했지만 선수들이 그동안 잘 따라와준 것이 자랑스럽다. 원하는 그림대로 100% 완벽하기는 어렵고, 80~90% 정도 해주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공격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태웅 감독이 “스피드 배구는 한국 배구의 숙원”이라고까지 말한 배경에는 빠른 배구가 세계적인 추세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세터 출신인 그는 “외국인선수에 의존하는 경기를 많이 하면서 국내 세터들의 기술 저하를 많이 느꼈다. 이란과 일본 등 아시아 강국들은 이미 빠른 배구를 보이고 있어 우리도 거기에 따라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현대캐피탈이 그 초석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최 감독의 올해 또다른 목표는 현대캐피탈의 팀 색깔을 “밝고 승부근성 강한 팀”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는 무겁지 않고 밝은 분위기에서 훈련하면서도 ‘악바리 정신’이 살아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 그는 “지도자가 압박을 해서 선수들에게 독한 면을 키워주기는 쉽다. 하지만 어떤 연출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자유로움 속에서 스스로 프로라는 마음가짐을 갖기를 바란다”고 했다. 자발적으로 운동하고 자발적으로 독해지는, 그래서 분위기는 밝지만 승부근성이 강한 팀을 원하는 것이다.
최태웅 감독은 플레잉코치에서 곧바로 감독으로 선임되면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최 감독은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 등 아직도 시행착오가 많다. 하지만 선수들과 가깝다는 장점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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