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경기장에서 공연하면
홈팀 성적 줄줄이 곤두박질 쳐
홈팀 성적 줄줄이 곤두박질 쳐
미국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25)는 올해만 무려 3억1780만달러(3570억원)를 벌었다. 하루 수입만 100만달러(11억2000만원) 이상이다. 그러나 미국 스포츠 팬들에게 스위프트는 ‘멀리하고 싶은 가수’이다. ‘1989’라는 타이틀로 현재 월드 투어를 진행중인데 스위프트가 공연을 했던 경기장의 홈팀들 성적이 줄줄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이에스피엔>(ESPN) 등에 따르면 스위프트의 저주에 제물이 된 메이저리그(MLB) 첫번째 팀은 워싱턴 내셔널스였다. 스위프트는 7월17일 워싱턴의 홈구장인 내셔널스 파크에서 공연을 했는데 이틀 뒤 워싱턴은 엘에이(LA) 다저스와의 경기 도중 조명시설 고장으로 서스펜디드 게임을 선언했다. 이에 맥스 셔저(워싱턴)가 자신의 트위터에 농담식으로 “최근 내셔널스 파크를 이용한 게 누구였더라? 테일러 스위프트…그녀가 전기를 나가게 했다. 우리는 이제 ‘나쁜 피’(Bad Blood,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 제목)가 흐른다”고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진짜 ‘나쁜 피’가 생겼던 것인지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를 달리던 워싱턴은 스위프트의 공연 이후 32승38패의 초라한 성적표로 뉴욕 메츠에 지구 1위를 뺏겼고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실패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스위프트가 펫코 파크에서 공연(8월30일)한 이후 12승21패의 성적을 기록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도 스위프트의 저주를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 7월28일, 휴스턴 구단은 스위프트 공연 날짜를 10월14일에서 9월10일로 변경했다. 당시 55승45패로 성적이 좋아서 스위프트의 공연이 포스트시즌 날짜와 겹칠 것을 우려했다. 하지만 스위프트가 미닛메이드 파크에서 공연한 9월10일 이후 7승11패의 성적을 거두며 텍사스 레인저스에 지구 1위를 내주고 말았다. 휴스턴은 와일드카드전에서 뉴욕 양키스를 꺾고 디비전시리즈에 올랐으나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패했다. 휴스턴의 탈락이 최종 결정된 날짜는 10월15일. 스위프트의 원래 공연 날짜 바로 다음날이었다.
야구 팬들의 다음 걱정은 토론토 블루제이스다. 스위프트가 10월3일과 4일 이틀에 걸쳐 토론토의 홈구장 로저스센터에서 공연했기 때문. 토론토는 텍사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초반 2연패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으나 내리 3연승을 거두며 챔피언십시리즈에 올라 저주를 피해가는 듯했다. 하지만 챔피언십시리즈(7전4선승제)에서 현재 캔자스시티에 2승3패로 뒤져 탈락 위기에 있다.
스위프트의 저주는 비단 메이저리그 팀에만 머물지 않는다. <할리우드 리포트>에 의하면 스위프트가 공연을 했던 미식축구(NFL) 경기장 홈팀들의 6주간 성적은 5할 밑(28승29패)이었다. 프로농구(NBA)에서 스위프트의 공연 후 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이 이어졌다. 샬럿 호니츠는 주전 마이클 키드길크리스트가 어깨 부상으로 2015~2016 시즌 결장이 불가피하고, 엘에이 클리퍼스 가드 크리스 폴은 손가락 골절을 당했다. 이쯤 되면 스위프트의 공연이 예정돼 있는 경기장의 스포츠 팬들은 저주를 피해가기 위한 ‘마법봉’이라도 필요하지 않을까.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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