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르기 그로저(맨 오른쪽)
공격 살아나 팀도 5할 승률 회복
배구 전통의 명가 삼성화재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말이 있다. ‘외국인 선수에 의한 몰빵 배구’다. 그만큼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고, 반대로 공격을 분담해줄 국내 선수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3시즌 동안 삼성화재 ‘공격의 핵’이었던 레오의 부재로 초반 부진을 보였던 삼성화재가 5할 승률(5승5패)을 가까스로 회복했다. 지난 15일 케이비(KB)손해보험을 3-0으로 완파하며 3연승을 기록중이다. 새 외국인 선수 괴르기 그로저는 당당히 득점 1위(262점)와 서브 1위(세트당 0.62)를 달리며 레오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고 있다. 그로저가 살아나면서 외국인 선수의 공격력을 극대화시키는 특유의 팀플레이도 빛을 발하고 있다.
그로저가 몰빵 배구의 최전방에 있던 레오의 역할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일까.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은 그로저와 레오의 역할은 다르다고 평가한다. 임 감독은 “외국인 선수의 주 역할이 공격을 잘해줘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레오가 리시브와 공격을 담당하는 레프트였다면 그로저는 공격을 전담하는 라이트이면서 서브와 블로킹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고 둘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세트 플레이로 정확하게 공이 올라가는 상황에서는 그로저의 공격력이 더 낫지만, 2단 공격 등 임기응변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레오가 좀더 유연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공격수의 미세한 역할 변화는 국내 선수들의 백업에도 변화를 일으키며 ‘임도헌 배구’와 ‘신치용 배구’의 차이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팀 삼성화재가 초반 부진을 딛고 본궤도에 올랐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다. 현재 4위권에 머물러 있는데다 본격적인 순위 경쟁이 벌어지는 4라운드에 최소 3경기 이상 그로저 없는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로저가 독일 올림픽배구대표팀으로 차출되기 때문이다. 임 감독은 “우승이 목표이긴 하지만 우선은 플레이오프 진출에 집중하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 라운드 최소 4승2패 달성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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