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리노이주에 사는 아홉 살 마르쿠스 매퀸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오늘은 코비를 만나는 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번 시즌 뒤 현역 은퇴를 선언한 엘에이(LA) 레이커스 코비 브라이언트의 광팬인 마르쿠스는 여태껏 코비의 경기를 직접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날(현지시각 9일)은 아버지와 함께 차로 4시간 거리의 미네아폴리스주로 가서 타겟센터에서 열리는 레이커스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경기를 보기로 했다.
경기장으로 출발하기 전 마르쿠스는 이발소에 잠깐 들렀다. 그리고 머리 위에 코비의 얼굴을 새겨 넣었다. 굵은 눈썹과 날카로운 턱선 등 영락없이 코비의 얼굴이었다. 머리 위에 코비의 초상화를 새겨넣는 데 소요된 시간은 무려 3시간30분. 마르쿠스는 <이에스피엔>(ESPN)과의 인터뷰에서 “생애 처음으로 코비의 경기를 보는 것을 기념하고 싶었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이날 레이커스는 코비가 11득점을 기록했으나 미네소타에 122-123, 1점 차로 패했다. 그래도 코비와의 작별을 준비하는 마르쿠스에게는 아주 뜻 깊은 날이었음이 자명하다. 비록 다음날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뒷머리 초상화’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야 했겠지만 말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LA 레이커스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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