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문원초)이 10일 서울 양천구 목동빙상장에서 열린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아름다운 스파이럴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11살 유영, 피겨 전국선수권서
183.75점으로 역대 최연소 우승
초고난도 트리플악셀 도전중
김연아 “어릴적 나보다 더 잘해”
183.75점으로 역대 최연소 우승
초고난도 트리플악셀 도전중
김연아 “어릴적 나보다 더 잘해”
차가운 얼음판 위에서 열두살 소녀가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점프에서 조금 실수가 있었지만 다른 구성요소들은 꽤 만족스러웠다. 박수 소리가 커질수록 키 143㎝, 몸무게 31.5㎏의 유영(문원초5)은 주체할 수 없는 감격에 몸을 바르르 떨었다.
10일 서울 목동빙상장에서 열린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여자싱글 시니어 프리스케이팅. 유영은 기술점수 68.53점, 예술점수 54.13점을 받아 합계 122.66점을 기록했다. 쇼트프로그램 점수(61.09점·1위)까지 총점 183.75점으로 최다빈(177.29점·수리고), 박소연(161.07점·신목고) 등 국가대표 ‘언니들’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만 11살8개월의 나이로 ‘피겨 여왕’ 김연아(은퇴)가 2003년 이 대회에서 세운 역대 최연소 우승(만 12살6개월) 기록까지 깼다.
전날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던 유영은 이날도 자신감 넘치는 연기를 펼쳤다. 첫 구성요소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깔끔하게 처리하고, 트리플 루프와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까지 군더더기 없는 연기를 펼쳤다. 트리플 살코에서 약간 실수했으나 비엘만 스핀이나 스텝 시퀀스를 안정적으로 처리했다.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도 매끈했다.
유영은 2010 밴쿠버겨울올림픽 때 김연아의 금메달 연기를 보고 피겨를 시작한 ‘연아 키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싱가포르에 머물던 중 피겨에 입문한 유영은 경기 뒤 “어릴 적 연아 언니의 동영상을 계속 돌려 보면서 본받으려고 노력했다.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을 하려고 2013년 한국으로 왔다”고 했다. 경기 뒤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서는 “정말로 클린 연기만 해도 좋았을 뻔했는데 점수까지 잘 나와서 당황했다. 그동안 힘들게 훈련한 게 생각나서 눈물이 난 것 같다”고 밝혔다.
쇼트, 프리 연기 때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뛰는 유영은 현재 초고난도 점프인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에 도전중이다. 유영은 “이번 시즌 전에 트리플 악셀을 연습해봤는데 실전에서 사용하기에는 너무 완성도가 떨어졌다. 이번 시즌이 끝나고 나면 트리플 악셀 연습을 다시 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세계선수권에서 메달도 따고 싶고 올림픽에 나가서 1등도 하고 싶다”는 당찬 각오도 잊지 않았다.
유영의 연기를 지켜본 김연아는 “제 초등학교 때보다 더 잘한다. 기본기를 더 다지고 부상만 없으면 실력이 더 좋아질 것 같다”는 덕담을 전했다. 방상아 <에스비에스>(SBS) 피겨 해설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유영은 몸이 일단 가볍고 회전력도 뛰어나다. 자기관리도 잘되어 있어 차세대를 기대하고 있다”며 “될성부른 나무라고 생각하는데 경기력을 점점 키워갔으면 싶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는 막내들의 반란이 거셌는데 유영, 최다빈에 이어 임은수(13·응봉초)가 총점 175.97점으로 3위, 김예림(13·군포양정초)이 173.57점으로 4위에 올랐다. 종합 5위 안에 초등학생만 3명이 포진한 것. 유영이나 임은수, 김예림 모두 세계선수권 출전 나이 기준(2015년 7월 현재 만 15살 이상)에 맞지 않아 최다빈(16)과 함께 종합 5위에 오른 박소연(19)이 3월 열리는 세계선수권에 출전하게 됐다. 유영은 나이 때문에 세계주니어선수권(만 13살 이상)에도 참가할 수 없다.
남자싱글 시니어부에서는 이준형(20·단국대)이 한국 남자싱글 역대 최고점(총점 223.72점)으로 대회 2연패에 성공하며 세계선수권 출전 기회를 획득했다. 종전 최고기록(220.40점) 보유자였던 차준환(15·휘문중)은 귀 통증에도 3위(189.98점)에 올랐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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