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잘하는 선수들이다. 최근 들어 자신이 가지고 있던 100%를 끄집어낼 수 있게 된 것뿐이다.”
2015~2016 시즌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에서 12연승을 이끌어낸 최태웅(40) 현대캐피탈 감독은 연승 비결로 선수들 사이의 신뢰를 들었다. 서로를 믿고 경기를 펼치면서 좋은 성적도 나오고, 이제는 자연스럽게 경기를 즐기게 됐다는 설명이다. 최태웅 감독은 시즌 초부터 선수들에게 “코트를 놀이터라고 생각하고 경기를 즐겨라”라고 강조해왔다.
지난해 4월 최태웅 감독 취임과 함께 ‘스피드 배구’를 주창해 V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던 현대캐피탈이 이제는 남자부 판도를 흔드는 태풍의 눈으로 변모했다. 현대캐피탈은 12연승 행진을 하며 7개 팀의 남자부에서 전 구단을 상대로 2회 연속 승리를 거뒀다. 22승8패로 선두 오케이(OK)저축은행(21승9패)과의 승점 차이도 2점에 불과하다.
현대캐피탈은 선수 구성 면에서 지난 시즌과 크게 달라진 점은 많지 않았다. 오레올 까메호와 노재욱 등 2명이 새롭게 합류했지만 전문가들도 큰 변수로 보지는 않았다. 외국인 선수 오레올은 지난 2012~2013 시즌 당시 엘아이지(LIG)손해보험에서 뛰었던 선수였다. 그러나 3년 만에 국내 무대로 돌아온 오레올은 활약 면에서는 전혀 달랐다.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활약해 현대캐피탈의 스피드 배구에 최적화된 모습이다. 9일 오케이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도 오레올의 진가는 빛났다. 오레올은 이날 22득점으로 양팀 최다 점수를 올렸지만 서브 리시브도 14개나 기록했다. 오레올은 시즌 득점 4위, 서브 5위 등에 올랐고, 공격성공률 1위(59.03%)로 가장 알찬 공격을 보여주고 있다.
주전 세터 노재욱의 성장도 빼놓을 수 없다. 2014~2015 시즌 신인선수로 프로에 데뷔한 그는 지난해 4월 현대캐피탈로 트레이드됐다. 이번 시즌 초반에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제는 높이와 스피드를 활용해 경기를 안정적으로 풀어가고 있다. 그는 세트 부문에서도 한선수(대한항공), 유광우(삼성화재) 등 쟁쟁한 선배들의 뒤를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이들이 새롭게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태웅 감독이 있었다. 3년 전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음에도 그가 표방한 스피드 배구에 최적화된 오레올을 선발했고 효과를 톡톡히 봤다. 베테랑 세터 출신인 최 감독의 경험도 노재욱에게 그대로 전수됐다. 최태웅 감독은 기술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심리적인 면에서도 선수들을 배려하고 자극해 많은 말을 남기고 있다. 9일 오케이저축은행과의 홈경기에서도 3세트 막판 고비에서 선수들이 다소 처진 듯하자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우릴 응원하고 있다”는 말로 선수들의 가슴을 달궜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시즌 V리그 최고시청률(1.811) 경기에서 22-23으로 뒤지던 경기를 28-26으로 잡아 오케이저축은행에 3-0 완승을 거뒀다.
현대캐피탈은 2006~2007 시즌 이후 정규리그 우승에 가장 가까이 근접해 있다. 최태웅 감독은 “1위 싸움이 다시 시작됐는데 우리는 아직 큰 산을 더 넘어야 한다. 4~5라운드에서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당분간 피로회복에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5라운드 경기를 모두 소화한 현대캐피탈은 오는 15일 상대 전적에서 유일하게 밀리는 대한항공(2승3패)과의 6라운드 첫 경기가 놓여 있다.
현대캐피탈이 6라운드에서 전승(6승)을 거둘 경우 삼성화재가 2006년 두 시즌에 걸쳐 달성한 최다연승 기록(17연승)을 갈아치우게 된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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