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통] 여자배구 트라이아웃 첫해 명암
“호쾌한 맛이 떨어지고 경기시간이 늘어졌다”…“국내 선수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2015~2016시즌 프로배구 여자부 경기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이번 시즌부터 처음으로 트라이아웃을 시행하면서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하향평준화됐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의 연봉 상한선이 28만달러(약 3억4000만원)에서 15만달러(약 1억8000만원)로 대폭 줄어들면서 나타난 필연적인 현상이다. 트라이아웃 시행 전만 해도 일부 특급 용병의 경우 70만~80만달러까지 몸값이 뛰는 등 실제 외국인 선수에게 지급된 비용은 상한선인 28만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경우도 허다했다.
자유계약제 대신 드래프트 도입
몸값 거품 빠져 외인 하향평준화
국내선수 공격점유율 늘었지만
일부선 “호쾌한 맛 떨어져” 지적 접전 늘자 경기시간도 다소 증가
트라이아웃 참여선수로 제한 탓
부상땐 대체카드 뽑기도 어려워
남자 트라이아웃은 5월께 시행 외국인 선수 몸값을 낮춤으로써 구단 운영에 부담을 줄이고 국내외 선수 간 공격점유율 격차를 줄여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됐으나 외국인 선수의 파괴력이 떨어지면서 경기의 박진감은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정철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 감독은 “트라이아웃의 취지가 몸값 거품을 빼자는 것인데 호쾌한 맛은 줄었지만 비용 대비로 봤을 때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음 시즌에는 남자부에도 트라이아웃이 확대 시행되면서 외국인 선수 기량의 하향평준화는 ‘몰빵 배구’로 대변됐던 국내 프로배구계에 어떤 형태로든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남자부 트라이아웃은 5월11~13일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 외국인 선수 의존도 ↓ 2월15일 기준 각 팀의 외국인 선수들이 차지하는 공격점유율을 보면 지난 시즌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2014~2015시즌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공격점유율은 43.61%에 달했으나 이번 시즌에는 37.65%까지 내려갔다. 공격성공률 역시 지난 시즌 41.21%에서 39.19%로 떨어져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 저하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시즌 최고 용병이었던 폴리는 현대건설에서 팀 공격의 절반 가까이(49.02%) 책임졌으나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인 에밀리는 공격점유율이 33.83%에 불과하다. 흥국생명도 외국인 선수 공격점유율이 지난 시즌 46.90%(루크)에서 올 시즌에는 32.17%(테일러)로 급감했다. 반면 아이비케이는 40.19%에서 올해 45.58%로 공격점유율이 더 올라갔다. 공격의 한 축을 담당하던 김희진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맥마혼의 비중이 오히려 늘어난 경우이다. 이정철 감독은 “배구의 특성상 세터들은 믿는 선수에게 자주 공을 띄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국내 선수 활약 ↑ 국내 선수들의 활약은 커지고 있다. 이숙자 <케이비에스엔>(KBSN) 해설위원은 “예전에는 외국인 선수가 대부분 승패를 좌우했다면 올 시즌은 외국인 선수 부진에도 국내 선수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승패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공격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책임감도 커지고 실력도 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센터와 레프트 공격수의 역할이 커졌다. 이재영(흥국생명)과 양효진(현대건설) 등 정상급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고, 배유나·표승주(이상 GS칼텍스) 등 그동안 존재감이 적었던 선수들의 활약이 도드라지고 있다. 특히 표승주의 경우 올해 트라이아웃 시행과 함께 레프트로 포지션을 변경하면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의 센터 정대영도 공격점유율과 성공률에서 지난해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이 해설위원은 설명했다. 이도희 <에스비에스(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수비형 레프트의 경우 그동안 수비만 전담하다 올해는 공격도 나눠 맡으면서 활용 폭이 커졌다”고 분석한 뒤 “다만 역할이 갑자기 늘다 보니 올해 국내 선수들의 부상이 잦은 것 같다”며 다음 시즌에는 체력적인 부분도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경기 시간은 ↑ 힘 있고 공격정확도가 높은 확실한 해결사가 사라지면서 경기시간은 다소 늘었다. 특히 시즌 초반 국내 선수들이 제 역할에 익숙하지 못하면서 경기 시간이 지연됐다. 여자부 6개 팀의 2014~2015시즌 평균 랠리 수는 세트당 158.6이었으나 이번 시즌에는 170.6으로 늘었다. 세트당 경기시간 또한 지난 시즌보다 소폭 늘었고, 평균 경기시간 또한 1시간40분에서 1시간43분으로 3분이 늘었다. 다만 총 90경기 중 23경기(25.56%)가 풀세트 경기였던 지난 시즌에 비해 80경기를 치른 22일 현재 23차례(28.75%)나 5세트 접전을 펼쳤다. 트라이아웃 시행에 따른 경기력 평준화에 따른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총 경기시간과 별개로 5세트 경기가 많아지면서 뒤이어 치러지는 남자부 경기 시작 시간이 1시간이나 지연되는 등의 일도 종종 빚어지고 있다. ■ 대체 외국인 선수 수급 난항 대체 선수 대상자를 트라이아웃에 참여한 외국인 선수로 한정하다 보니 구단들은 시즌 중반 대체선수 선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3위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 테일러가 발바닥 부상으로 시즌아웃 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마저 비상이 걸렸다. 대체선수로 알렉시스 올가드를 선발했지만 기량·경험 면에서 테일러와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각 팀이 선발한 6명보다 기량이 떨어지는데다 트라이아웃 참가 기준을 대졸 3년차 미만으로 한정하면서 경험도 부족해 국내 리그 적응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애초 트라이아웃 참가 인원이 21명밖에 안 된데다 그나마 상위 6명은 이미 각 팀에 선발돼 기량 차이가 많이 난다”며 “앞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위해 남은 일정은 국내 선수들이 잘해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아직은 첫걸음 단계 한국배구연맹은 시즌이 끝난 뒤 감독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를 보완할 예정이다. 배구연맹 관계자는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멕시코·쿠바·도미니크·푸에르토리코 등 북중미 6개 나라 출신들로 확대하고 경력 면에서도 2년 정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15만달러(하위 3개 팀)와 12만달러(상위 3개 팀)로 이원화된 연봉 상한선도 15만달러로 통일할 예정이다. 재계약 선수의 경우에는 18만달러로 상향 조정됐다. 외국인 선수 교체 시기도 앞으로 제한을 없애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플레이오프 때만 단기적으로 특급 용병을 기용하는 편법을 막기 위해 6라운드 이전까지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도록 했으나 트라이아웃 시행으로 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 외국인 선수가 부상당했을 경우 일시 대체 용병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배구연맹 관계자는 “비용이 줄고 국내 선수들의 역할이 늘어나는 등 대체로 성공적이라고 보고 있다. 올 시즌의 경험을 토대로 다음 시즌에는 좀더 보완해서 트라이아웃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몸값 거품 빠져 외인 하향평준화
국내선수 공격점유율 늘었지만
일부선 “호쾌한 맛 떨어져” 지적 접전 늘자 경기시간도 다소 증가
트라이아웃 참여선수로 제한 탓
부상땐 대체카드 뽑기도 어려워
남자 트라이아웃은 5월께 시행 외국인 선수 몸값을 낮춤으로써 구단 운영에 부담을 줄이고 국내외 선수 간 공격점유율 격차를 줄여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됐으나 외국인 선수의 파괴력이 떨어지면서 경기의 박진감은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정철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 감독은 “트라이아웃의 취지가 몸값 거품을 빼자는 것인데 호쾌한 맛은 줄었지만 비용 대비로 봤을 때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음 시즌에는 남자부에도 트라이아웃이 확대 시행되면서 외국인 선수 기량의 하향평준화는 ‘몰빵 배구’로 대변됐던 국내 프로배구계에 어떤 형태로든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남자부 트라이아웃은 5월11~13일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 외국인 선수 의존도 ↓ 2월15일 기준 각 팀의 외국인 선수들이 차지하는 공격점유율을 보면 지난 시즌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2014~2015시즌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공격점유율은 43.61%에 달했으나 이번 시즌에는 37.65%까지 내려갔다. 공격성공률 역시 지난 시즌 41.21%에서 39.19%로 떨어져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 저하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시즌 최고 용병이었던 폴리는 현대건설에서 팀 공격의 절반 가까이(49.02%) 책임졌으나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인 에밀리는 공격점유율이 33.83%에 불과하다. 흥국생명도 외국인 선수 공격점유율이 지난 시즌 46.90%(루크)에서 올 시즌에는 32.17%(테일러)로 급감했다. 반면 아이비케이는 40.19%에서 올해 45.58%로 공격점유율이 더 올라갔다. 공격의 한 축을 담당하던 김희진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맥마혼의 비중이 오히려 늘어난 경우이다. 이정철 감독은 “배구의 특성상 세터들은 믿는 선수에게 자주 공을 띄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국내 선수 활약 ↑ 국내 선수들의 활약은 커지고 있다. 이숙자 <케이비에스엔>(KBSN) 해설위원은 “예전에는 외국인 선수가 대부분 승패를 좌우했다면 올 시즌은 외국인 선수 부진에도 국내 선수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승패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공격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책임감도 커지고 실력도 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센터와 레프트 공격수의 역할이 커졌다. 이재영(흥국생명)과 양효진(현대건설) 등 정상급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고, 배유나·표승주(이상 GS칼텍스) 등 그동안 존재감이 적었던 선수들의 활약이 도드라지고 있다. 특히 표승주의 경우 올해 트라이아웃 시행과 함께 레프트로 포지션을 변경하면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의 센터 정대영도 공격점유율과 성공률에서 지난해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이 해설위원은 설명했다. 이도희 <에스비에스(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수비형 레프트의 경우 그동안 수비만 전담하다 올해는 공격도 나눠 맡으면서 활용 폭이 커졌다”고 분석한 뒤 “다만 역할이 갑자기 늘다 보니 올해 국내 선수들의 부상이 잦은 것 같다”며 다음 시즌에는 체력적인 부분도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경기 시간은 ↑ 힘 있고 공격정확도가 높은 확실한 해결사가 사라지면서 경기시간은 다소 늘었다. 특히 시즌 초반 국내 선수들이 제 역할에 익숙하지 못하면서 경기 시간이 지연됐다. 여자부 6개 팀의 2014~2015시즌 평균 랠리 수는 세트당 158.6이었으나 이번 시즌에는 170.6으로 늘었다. 세트당 경기시간 또한 지난 시즌보다 소폭 늘었고, 평균 경기시간 또한 1시간40분에서 1시간43분으로 3분이 늘었다. 다만 총 90경기 중 23경기(25.56%)가 풀세트 경기였던 지난 시즌에 비해 80경기를 치른 22일 현재 23차례(28.75%)나 5세트 접전을 펼쳤다. 트라이아웃 시행에 따른 경기력 평준화에 따른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총 경기시간과 별개로 5세트 경기가 많아지면서 뒤이어 치러지는 남자부 경기 시작 시간이 1시간이나 지연되는 등의 일도 종종 빚어지고 있다. ■ 대체 외국인 선수 수급 난항 대체 선수 대상자를 트라이아웃에 참여한 외국인 선수로 한정하다 보니 구단들은 시즌 중반 대체선수 선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3위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 테일러가 발바닥 부상으로 시즌아웃 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마저 비상이 걸렸다. 대체선수로 알렉시스 올가드를 선발했지만 기량·경험 면에서 테일러와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각 팀이 선발한 6명보다 기량이 떨어지는데다 트라이아웃 참가 기준을 대졸 3년차 미만으로 한정하면서 경험도 부족해 국내 리그 적응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애초 트라이아웃 참가 인원이 21명밖에 안 된데다 그나마 상위 6명은 이미 각 팀에 선발돼 기량 차이가 많이 난다”며 “앞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위해 남은 일정은 국내 선수들이 잘해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아직은 첫걸음 단계 한국배구연맹은 시즌이 끝난 뒤 감독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를 보완할 예정이다. 배구연맹 관계자는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멕시코·쿠바·도미니크·푸에르토리코 등 북중미 6개 나라 출신들로 확대하고 경력 면에서도 2년 정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15만달러(하위 3개 팀)와 12만달러(상위 3개 팀)로 이원화된 연봉 상한선도 15만달러로 통일할 예정이다. 재계약 선수의 경우에는 18만달러로 상향 조정됐다. 외국인 선수 교체 시기도 앞으로 제한을 없애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플레이오프 때만 단기적으로 특급 용병을 기용하는 편법을 막기 위해 6라운드 이전까지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도록 했으나 트라이아웃 시행으로 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 외국인 선수가 부상당했을 경우 일시 대체 용병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배구연맹 관계자는 “비용이 줄고 국내 선수들의 역할이 늘어나는 등 대체로 성공적이라고 보고 있다. 올 시즌의 경험을 토대로 다음 시즌에는 좀더 보완해서 트라이아웃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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