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통] 균등화 추세 ‘남녀 상금’
남자는 골프를, 여자는 테니스를 시켜라?
상금만 놓고 보면 그렇다. 프로 테니스 4대 메이저대회는 남녀 상금이 똑같다. 본선 1라운드 탈락자부터 우승자까지 참가선수는 성별에 관계없이 같은 기준의 상금액을 적용받는다. 남자 테니스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불만을 터뜨리는 것도 이 부분이다.
조코비치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웰스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비엔피(BNP)파리바오픈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많은 기록이나 관중 수를 보더라도 남자 테니스가 더 많은 상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파리바오픈 토너먼트 디렉터인 레이먼드 무어는 더 나아가 “내가 여자 선수였다면 매일 밤 무릎을 끓고 신께 감사의 기도를 올릴 것이다. 그들은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남자 테니스계에 팽배한 남녀 상금 균등화에 대한 불만이 함축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조코비치 이전에도 앤디 머리 등이 메이저대회 상금 균등화에 불만을 터뜨렸다. 남자 선수들은 표면적으로는 “여자는 3세트, 남자는 5세트 경기를 하는데 상금이 같으면 되겠느냐”고 투덜댄다. 그러나 2005년 윔블던에서는 여자 단식 결승이 남자 단식 결승보다 45분 더 길었다. 남녀 상금 균등화에 따른 남자 선수들의 불평불만은 갈수록 심화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여자 선수들에게 상금을 똑같이 나눠주는 바람에 총상금이 늘어나도 상위권 이하의 남자 선수들은 제대로 된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남자테니스가 상금 더 받을 자격”
조코비치, 인기 내세워 문제제기
월드컵 축구·프로골프 대회 등은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많이 받아 하지만 마라톤·볼링·사격대회 등
상금 액수 똑같은 게 세계적 흐름
“남녀 대회 동시에 한곳서 열리면
언론 노출·관중 동원 등 교차효과” 테니스 상금의 양성평등은 1973년 유에스(US)오픈부터 시작됐다.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빌리 진 킹이 세기의 성 대결에서 보비 릭스를 꺾으면서 상금 균등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스테이시 앨러스터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 회장은 2014년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에서 “성 대결은 그저 테니스 경기의 승리가 아니라 여자 선수들의 힘과 자신감, 그리고 (남성과의) 평등함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이후 호주오픈(2001년), 프랑스오픈(2006년), 윔블던(2007년)이 남녀 상금을 똑같이 책정했다. 메이저대회나 챔피언십에서 남녀가 똑같은 액수의 상금을 받는 종목은 비단 테니스만이 아니다. 뉴욕 마라톤, 보스턴 마라톤, 볼링, 사격 등에서도 남녀 우승 상금이 같다. 2012년 말에는 세계프로서핑협회가 남녀 챔피언십 투어 상금을 맞추는 정책을 마련했다. 스쿼시 등의 종목에서도 남녀 상금 균등화가 논의되고 있다. 2014년 10월 영국 <비비시>(BBC)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56개 종목 중 35개 종목에서 상금을 지급했는데 25개 종목은 남녀 상금이 같았고 10개 종목은 그렇지 않았다. 축구, 골프, 크리켓, 스누커, 스키점프 등이 상금 불평등 종목이다. 축구는 남녀 상금 차이가 꽤 난다. 2014 브라질월드컵 우승팀 독일은 3500만달러를 우승상금으로 받은 반면, 2015 캐나다여자월드컵 우승팀 미국은 200만달러를 받았다. 남자 축구 우승팀이 17.5배나 더 받았다. 심지어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팀이 받은 금액만 800만달러(준비금 제외)에 이르렀다. 골프 또한 마찬가지다. 작년 유에스오픈 우승상금은 남자 180만달러, 여자 81만달러였다. 메이저대회는 아니지만 지난주 끝난 투어 우승상금도 꽤 차이가 났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같은 날 우승자를 배출했는데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우승자인 제이슨 데이는 113만4000달러를 받은 반면 김세영은 제이티비시 파운더스컵 우승으로 22만5000달러를 받았다. 선수, 종목 인지도 등 스포츠 마케팅 요소를 고려해 접근하면 남녀 상금 불평등이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하지만 유에스오픈이나 월드컵처럼 같은 목적의 대회라면 남녀 상금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의 여성스포츠재단 데버러 슬레이너 라킨 회장은 “남녀 대회가 같은 시기에 같은 장소에서 열리면 미디어 노출이나 관중 동원 등에서 교차효과가 있다. 남녀 상금 불평등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유발할 수 있는 의지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2014년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고 주장했다. 테니스의 경우 2013년 프랑스오픈, 유에스오픈처럼 여자 단식 결승이 남자 결승보다 시청률이 높게 나올 때도 있었다. “남자 테니스 인기에 편승한 여자 테니스”(레이먼드 무어)라는 말이 무색한 사례다. 미국의 여자 테니스 선수인 베서니 매틱샌즈는 2014년 <포브스>와 한 인터뷰에서 “티켓 판매가 많이 되고 팬들의 관심도가 제일 높은 대회는 남녀가 같이 출전하는 대회다. 남녀 테니스 선수가 머리를 맞대 함께 노력하면 테니스의 중흥기가 다시 올 것”이라고 했다. ‘테니스’에만 한정된 얘기는 아닐 것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조코비치, 인기 내세워 문제제기
월드컵 축구·프로골프 대회 등은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많이 받아 하지만 마라톤·볼링·사격대회 등
상금 액수 똑같은 게 세계적 흐름
“남녀 대회 동시에 한곳서 열리면
언론 노출·관중 동원 등 교차효과” 테니스 상금의 양성평등은 1973년 유에스(US)오픈부터 시작됐다.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빌리 진 킹이 세기의 성 대결에서 보비 릭스를 꺾으면서 상금 균등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스테이시 앨러스터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 회장은 2014년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에서 “성 대결은 그저 테니스 경기의 승리가 아니라 여자 선수들의 힘과 자신감, 그리고 (남성과의) 평등함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이후 호주오픈(2001년), 프랑스오픈(2006년), 윔블던(2007년)이 남녀 상금을 똑같이 책정했다. 메이저대회나 챔피언십에서 남녀가 똑같은 액수의 상금을 받는 종목은 비단 테니스만이 아니다. 뉴욕 마라톤, 보스턴 마라톤, 볼링, 사격 등에서도 남녀 우승 상금이 같다. 2012년 말에는 세계프로서핑협회가 남녀 챔피언십 투어 상금을 맞추는 정책을 마련했다. 스쿼시 등의 종목에서도 남녀 상금 균등화가 논의되고 있다. 2014년 10월 영국 <비비시>(BBC)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56개 종목 중 35개 종목에서 상금을 지급했는데 25개 종목은 남녀 상금이 같았고 10개 종목은 그렇지 않았다. 축구, 골프, 크리켓, 스누커, 스키점프 등이 상금 불평등 종목이다. 축구는 남녀 상금 차이가 꽤 난다. 2014 브라질월드컵 우승팀 독일은 3500만달러를 우승상금으로 받은 반면, 2015 캐나다여자월드컵 우승팀 미국은 200만달러를 받았다. 남자 축구 우승팀이 17.5배나 더 받았다. 심지어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팀이 받은 금액만 800만달러(준비금 제외)에 이르렀다. 골프 또한 마찬가지다. 작년 유에스오픈 우승상금은 남자 180만달러, 여자 81만달러였다. 메이저대회는 아니지만 지난주 끝난 투어 우승상금도 꽤 차이가 났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같은 날 우승자를 배출했는데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우승자인 제이슨 데이는 113만4000달러를 받은 반면 김세영은 제이티비시 파운더스컵 우승으로 22만5000달러를 받았다. 선수, 종목 인지도 등 스포츠 마케팅 요소를 고려해 접근하면 남녀 상금 불평등이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하지만 유에스오픈이나 월드컵처럼 같은 목적의 대회라면 남녀 상금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의 여성스포츠재단 데버러 슬레이너 라킨 회장은 “남녀 대회가 같은 시기에 같은 장소에서 열리면 미디어 노출이나 관중 동원 등에서 교차효과가 있다. 남녀 상금 불평등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유발할 수 있는 의지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2014년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고 주장했다. 테니스의 경우 2013년 프랑스오픈, 유에스오픈처럼 여자 단식 결승이 남자 결승보다 시청률이 높게 나올 때도 있었다. “남자 테니스 인기에 편승한 여자 테니스”(레이먼드 무어)라는 말이 무색한 사례다. 미국의 여자 테니스 선수인 베서니 매틱샌즈는 2014년 <포브스>와 한 인터뷰에서 “티켓 판매가 많이 되고 팬들의 관심도가 제일 높은 대회는 남녀가 같이 출전하는 대회다. 남녀 테니스 선수가 머리를 맞대 함께 노력하면 테니스의 중흥기가 다시 올 것”이라고 했다. ‘테니스’에만 한정된 얘기는 아닐 것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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