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희는 아마도 어릴때 입은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권투에 매달렸는지 모른다./필진네트워크 좋은비
완도서 담금질 한창인 복싱 세계챔프 김주희
1200년전을 달린다. 해신(海神) 장보고가 큰 뜻을 키운 곳이다.
한반도 남쪽바다 끝 완도 청해 포구 마을. 청정해역의 바다를 배경으로 세계 최연소 여자프로복싱 챔피언 김주희(19·거인체육관)가 힘차게 달린다. 드라마 〈해신〉의 세트장 사이를 헤집으며 두 손을 뻗는다. 상큼한 바닷바람에 머리가 흩날린다.
다음달 12일 오후 1시 성남실내체육관에서 미국의 마리안 츄리카(36)와 국제여자복싱협회(IFBA) 주니어플라이급 세계타이틀 2차 방어전을 치르는 김주희가 전남 완도에서 전술과 스피드 강화 훈련을 하며 마지막 담금질을 하고 있다.
내달 12일 ‘탱크’ 츄리카와 한판승부 /‘해신’ 세트장 해안 달리며 체력다지기 /“여자복싱 얼마...
김주희는 지난 여름 설악산에서 극기훈련을 했고, 지난달엔 여군부대에 입소해 야간훈련을 하며 담력을 키웠다. 지난 16일 서울에서 열린 청소년 푸른 성장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10km를 32분만에 완주하는 놀라운 스피드를 보여준 육상 중장거리선수 출신의 김주희. 그가 따뜻한 남쪽 섬에서 화끈한 방어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젠 유명한 관광지가 된 〈해신〉 세트장에서 달리는 김주희를 알아 본 관광객들은 사인을 해달라고 달라 붙는다. 마치 영화 〈로키1〉에서 실베스터 스탤론이 시장바닥을 누비며 경쾌한 달리기를 하듯, 김주희는 신라시대 장터가 재현된 세트장에서 날렵하고 경쾌한 몸놀림을 보여주고 있다.
방어상대는 동급 3위. 비록 나이는 많지만 힘이 좋고 쉼없이 파고드는 인파이터라, 같은 스타일의 김주희는 마치 장보고가 숙적이자 연적인 ‘염장’과 모든 것을 걸고 한판 붙듯이 일전을 치러야 한다.
지난 23일부터 완도에 캠프를 차린 김주희는 오전에 15km, 오후에 7km의 해안가 달리기로 체력을 다진다. 낮에는 완도 수산고등학교 복싱부 남자선수들과 동료 정원미 선수와 하루 10~12라운드의 스파링을 하며 주먹의 무게를 늘리고 있다. 올해 5월 마이다 키트슈란을 2회 케이오(KO)로 꺾고 1차 방어에 성공한 8승(3KO)2무1패의 김주희는 “타이틀 방어를 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여자복싱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다시한번 입증해 보이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정문호 거인체육관 관장은 “도전자 츄리카는 ‘탱크’라는 별명이 붙어있을 만큼 저돌적인 선수”라며 “화끈한 승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길우 기자 nihao@hani.co.kr
김주희가 전남 완도〈해신〉세트장이 보이는 해변가에서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필진네트워크 좋은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