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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 경쟁…선수만큼 치열합니다

등록 2016-06-14 14:37수정 2016-06-14 19:11

〔통통스타〕리우 가는 핸드볼 국제심판 이석-구본옥
9일 오전 서울 올림픽공원 에스케이핸드볼경기장에서 2016 리우올림픽에 참가하는 핸드볼 국제심판 이석(오른쪽)씨가 2분 퇴장 수신호를 하자 구본옥 심판이 익살스러운 동작으로 받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9일 오전 서울 올림픽공원 에스케이핸드볼경기장에서 2016 리우올림픽에 참가하는 핸드볼 국제심판 이석(오른쪽)씨가 2분 퇴장 수신호를 하자 구본옥 심판이 익살스러운 동작으로 받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핸드볼 심판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고 생각합니다.”

이석(31) 핸드볼 국제심판은 심판을 ‘코트 위의 포청천’으로 부르는 것을 거부한다. 그는 “명판관 포청천으로 비유하는 뜻은 법의 잣대에 따라 정확히 가른다는 의미겠지만, 핸드볼은 그렇게 해서는 묘미를 살릴 수 없다”며 “규정을 따르되 그 안에서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펼치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심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국제 성인 핸드볼대회 심판으로 초정받는 이석(31)-구본옥(30) 심판 짝을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에스케이(SK)핸드볼경기장에서 만났다. 이들은 8월 리우올림픽에 초청받은 국제심판 중 최연소 심판들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리우올림픽에 심판으로 출전하지만 선수들 못지않은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구본옥 심판은 “올림픽에 모두 16개 조의 심판 짝이 초청받았지만 상위 평가를 받은 조만이 8강 이후 결선 토너먼트 경기를 담당한다”며 “반드시 그 안에 남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심판들은 경기마다 평가위원으로부터 평가를 받게 된다.

핸드볼 국제심판은 다른 종목과 다르게 2명이 1조가 돼 함께 심판 경력을 쌓아간다. 자격증도 함께 따고 늘 함께 같은 경기를 진행한다. 한명이 이탈하면 남은 한명의 심판 경력도 사실상 끝이다. 이런 핸드볼 심판제는 몸싸움을 허용하는 핸드볼의 특성이 고려됐다. 심판의 주관이 많이 작용하면서 심판마다 다른 잣대로 전혀 다른 판정이 내려질 수 있다. 한 경기에 배정되는 2명의 심판을 한조로 묶어둠으로써 판정의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핸드볼은 심판이 어떤 잣대로 반칙을 선언하느냐에 따라 경기를 역동적으로도, 처지게도 할 수 있다”고 이석 심판은 설명했다. 두 사람은 국제대회에서는 몸싸움을 많이 허용하는 편이지만 국내에서는 좀더 엄격하게 판정한다. “국내에서는 협회나 지도자들이 좀더 일찍 제지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말했다.

국제대회에서는 심판들이 대회 전에 3일 동안 테스트를 받으며 서로 조율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필기 테스트와 경기 영상을 통한 테스트, 셔틀런(왕복 달리기)을 통한 체력 테스트 등으로 심판들의 기량을 점검한다.

이석 심판이 국제심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6년이었다. 당시 서울대 체육교육과 학생이던 그는 도하아시안게임을 지켜보면서 한국 핸드볼이 편파판정 불이익을 받은 이유가 한국인 국제심판이 없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심판의 길은 쉽지 않았다. 핸드볼 선수 경험은 동아리 활동이 전부인데다 직업으로서 경제적 부담도 있었다. 당시 국내 핸드볼은 심판이 따로 있지 않고 코치들이 서로 돌아가며 심판을 봐주곤 했다. 또 아시아지역 심판을 넘어 국제심판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파트너가 필요했다. 2010년 핸드볼협회의 추천으로 당시 고등학교 코치이던 구본옥 심판을 만났다. 당시 구 심판은 이론과 영어가 부족했지만 2인이 함께 시험을 치르는 방식 덕에 국제심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주말마다 핸드볼 연습경기를 찾아가 심판을 봐주며 경험을 쌓고 의견을 조율했다. 처음에는 전혀 다른 이력만큼이나 다른 점이 많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쌓이며 서로에게 맞춰갔다. 외국에 자료도 요청해 함께 연구했다.

국제연맹에서는 처음 국제 자격을 취득한 짝들에게는 청소년과 주니어 대회, 대학 대회 등을 위주로 배정하고 여기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짝을 성인 대회에 초청한다. 같은 대회라도 예선전과 토너먼트는 전혀 다른 평가를 받는다. 두 사람이 2013년 남자 청소년대회에서 4강전 심판으로 배정받자 아시아핸드볼연맹 심판위원장이 “한국인 심판이 4강에 배정된 것은 아시아의 자랑”이라는 축전을 대한핸드볼협회에 보내기도 했다.

두 사람의 최종 목표는 유럽 심판들과 대등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 대부분 유럽에 핸드볼 강국이 포진해 있지만 심판들의 영향력도 단연 유럽이 쥐고 있다. 토너먼트 경기를 비유럽권 심판이 배정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당장 올해 리우올림픽에 초청된 심판 16개 팀 가운데 11개 팀이 유럽 국가 출신이다. 이석 심판은 “국제 핸드볼계에서 한 나라의 영향력은 심판의 영향력과도 무관할 수 없다”며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등 성인 남자대회에서 4강 이상의 경기를 담당하는 것이 우리의 구체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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