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 꿈나무 김단비(오른쪽)와 핸드볼 여자주니어대표 강경민이 지난달 20일 인천 만성중학교 체육관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저도 실업팀에 들어가면 24번을 달 거예요.” 대전 동방여중 핸드볼 선수인 김단비(14)는 자신이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여자핸드볼 주니어대표 강경민(20·광주도시공사)에게 말했다. 24번은 강경민의 등번호다.
핸드볼 꿈나무인 김단비가 지난달 20일 인천 만성중학교 핸드볼경기장에서 2015년 에스케이(SK) 핸드볼코리아 신인왕 출신인 강경민과 만났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세계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7월3~15일)를 앞두고 여자주니어대표팀이 이곳에서 훈련하고 있었다.
단비는 평소 좋아하는 언니를 만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다.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손편지를 써왔고, 사인을 받기 위해 유니폼도 모두 챙겨왔다. 평소 궁금했던 질문들도 몇개 준비했다. 단비의 첫번째 질문은 “언니는 언제부터 핸드볼을 하셨어요?”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라는 답변을 듣자 단비의 얼굴이 대번에 활짝 펴졌다. “저도 4학년 때 처음 했어요.” 단비가 강경민 선수한테서 작은 공통점을 찾아내는 순간이었다.
장애 아빠 돌보며 씩씩하게 운동
“꿈에 그리던 롤모델 언니 만나
핸드볼 배우고 충고 받아 좋아요”
단비는 이날 처음 강경민을 직접 봤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팬이었다. “6학년 때 아이들과 함께 비디오를 통해 언니들의 경기를 지켜봤는데 경민이 언니가 몸도 빠르고 돌파력도 좋아서 반했어요.” 단비는 그때부터 강경민의 경기를 챙겨봤다고 한다. 센터백을 맡고 있는 강경민 역시 자신이 고3이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한 권한나의 경기에 반해 이듬해 실업팀에 합류하자마자 자신의 등번호를 24번으로 정했다.
강경민은 단비에게 운동을 잘하는 법과 슬럼프를 극복하는 법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그는 “비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다른 선수들이 잘하는 점이 있으면 어떻게든 흉내내고 배우려고 노력해. 그러다 보면 경기 중에 그 동작이 내 것처럼 나올 때가 있어. 그러면 그만큼 성장한 거지.” 운동선수에게는 통과의례와도 같은 슬럼프에 대해서도 “내가 안될 때는 자기만 하려고 하지 말고 동료가 잘하도록 만들어주는 게 중요해. 혼자 잘 안된다고 주눅들어 버리면 옆 사람들도 잘 안되거든.” 강경민은 이날 단비의 몇가지 동작을 교정해준 뒤 “단비는 왼손잡이라는 장점도 있고 운동 감각도 있는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강경민(왼쪽)이 지난달 20일 인천 만성중학교 체육관에서 김단비를 만나 슛 동작을 봐주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단비가 처음 핸드볼을 시작한 것은 평범했다. 다니던 초등학교에 핸드볼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비는 곧 핸드볼을 자신의 미래로 정했다. “핸드볼을 하면서 힘들 때도 있지만 재미있을 때가 더 많아요. 핸드볼이 저에게 맞는 것 같아요.” 단비는 학업성적도 학교에서 상위권을 유지할 정도로 나쁘지 않지만 그의 목표는 확고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핸드볼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함께 온 월드비전 한밭복지관 염은영 사회복지사는 “중학교에는 10명의 핸드볼 선수가 있지만 벌써부터 장래 꿈을 핸드볼 선수로 정한 아이는 단비 한 명뿐”이라고 전했다. 단비가 여느 학생보다 조숙한 것은 가정 형편과도 관련이 있다.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지만 한때 육상선수이기도 했던 아버지는 오래전에 교통사고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스케줄 관리와 계획 등을 모두 단비 스스로 하고 있다. 단비는 강경민과의 짧은 만남 뒤 주니어대표팀의 훈련 과정도 지켜봤다. 단비는 “좋아하는 언니를 만나서 핸드볼도 배우고 함께 사진 찍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저도 운동 열심히 해서 누군가 날 좋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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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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