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육상 여자 4×100m 계주 예선 1조 경기에서 미국의 앨리슨 펠릭스(가운데)가 잉글리시 가드너에게 바통을 주려다 떨어뜨리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AFP 연합뉴스
남중국해에 형성된 미국과 중국 누리꾼의 대치전선이 리우올림픽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불똥이 떨어진 자리는 엉뚱하게도 육상 여자 400m 계주다.
애초 미국 대표팀은 19일(한국시각) 열린 조별예선 경기 도중 바통을 떨어뜨리는 실수를 하는 바람에 꼴찌를 했다. 하지만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브라질 선수와 부딪혀 바통을 떨어뜨렸다는 미국 쪽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미국 대표팀만 다시 뛰게 했다. 미국 대표팀은 결국 41초77이라는 1위 기록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대신 앞서 본선 진출국 8개 나라 가운데 8위이던 중국이 뒤늦게 자격을 잃었다.
그러자 중국 누리꾼들이 발끈했다. 그렇잖아도 중국과 필리핀의 남중국해 갈등 과정에서 필리핀 쪽 편을 든 미국을 향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 일이 기름을 부은 격이다. 중국 누리꾼들은 인터넷에서 “메이궈라오(양키)의 횡포가 그칠 줄 모른다.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고 남중국해 문제에 간섭하더니 이제는 스포츠에까지 간섭한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중국 포털사이트인 ‘왕이’에는 관련 기사에 하루 동안 1만개가 넘는 댓글이 올라오는 등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마다 미국과 심판 등을 비난하는 누리꾼들의 분노에 찬 글들이 쏟아졌다. 비판의 초점은 미국을 향했다. “어느 날 우리나라가 미국 제국주의의 지위를 대신 차지하게 되면, 너희 미국의 주구들은 다 죽었다”거나 “이번 올림픽은 미국의 자유·민주·공평의 허구를 충분히 드러냈다”, “남한테 질 줄 모르는 미국은 세계의 공적이 될 것” 등의 반응이다. 한편에선 “모든 것은 국가의 지위에 따라 결정된다”거나 “강대한 국가만이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다”는 등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중국의 위상 때문에 이번 일이 비롯됐다는 시각의 글도 적지 않았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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