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배구 남해대회’에서 우승을 일궈낸 송낙훈 중부대 배구 감독이 8일 서울 충정로역 인근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배구선수로서뿐 아니라 운동을 그만뒀을 때의 미래도 준비해줘야 합니다.”
충남 소재의 중부대가 지난달 26일 배구단 창단 4년 만에 대학배구 남해대회(가을대회)에서 첫 우승을 일궜다. 인하대를 비롯해 경기대·홍익대·한양대·경희대 등 수도권 대학들의 독무대였던 대학배구에서 중부대의 우승은 이변이었다. 중부대를 우승으로 이끈 송낙훈(39) 감독을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역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중부대는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지는 2016 대학리그 6강 플레이오프에서 홍익대와의 원정경기(9일 3-0 승리)를 앞두고 서울에 왔다.
송낙훈 감독은 “매번 결승 문턱에서 좌절했는데 이번에는 우리의 플레이를 즐기자고 한 게 주효한 것 같다”고 밝혔다. 중부대는 올해 해남대회(봄철대회) 4강에서 미끄러지는 등 지난해부터 번번이 준결승에서 좌절했다. “한 경기만 이기면 결승에 오르고 우승도 가능하다는 생각에 선수들이 많은 부담을 가졌던 것 같다”고 송 감독은 설명했다. 중부대는 4강 고비를 힘겹게 넘어선 뒤 결승에서는 경희대에 3-0, 완승을 거두고 정상에 올랐다.
송낙훈 감독은 배구 감독이자 사회체육학과 교수이기도 하다. 배구를 특기로 진학했지만 대학 시절 운동선수를 그만둬 정상급이 아닌 선수들의 장래 불안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송 감독은 “코치들 역시 프로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운동선수가 운동을 그만둘 경우 선택지가 얼마나 제한적인지 알고 있다”며 “배구선수뿐 아니라 학생으로서 미래를 준비해주는 게 대학의 의무”라고 말했다.
중부대는 선수와 감독 모두 수업이 끝난 뒤에야 훈련을 시작한다. 학년이 다르다 보니 훈련 시간도 제각각이다. “선수들이 평소에는 3~4명씩 훈련을 할 수밖에 없어 팀 훈련이 필요한 부분은 금요일과 주말에 몰아서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하루 2~3시간이라고 해도 몰입할 수 있다면 8시간씩 운동한 것 못지않은 효과를 볼 수도 있다. 감독과 코치가 하는 일은 효율적인 훈련 방식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훈련 시간이 적은 것이 오히려 선수들이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진단하면서 “학교에서도 성적에 대한 압박이 없다 보니 편안하게 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훈련한다면 매번 집중력을 유지할 수 없지만 하루에 한 번 훈련을 하다 보니 더 능동적이고 즐거워한다는 것이다.
올해 중부대 배구선수 중 4명이 국가자격시험에 최종 합격했다고 한다. 그는 “운동선수들은 처음에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하지만 막상 해보면 다들 잘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자격증 취득 등 교육 일정과 운동경기 일정이 겹칠 경우에는 경기를 포기한다고 했다. “선수들이 뭔가를 해보려 하면 경기 일정과 겹치는 경우가 많아 미리 포기한다”며 “선수들에게 충분히 시간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송 감독은 첫 우승을 거둔 뒤 선수들이 자신감과 소속팀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그러나 송 감독은 우승이 또다른 부담감으로 작용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우리보다 더 뛰어난 팀들이 많다. 우승했으니 또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기는 싫다”며 “성적은 즐기면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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