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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나친 간섭…체육인들 ‘반기’ 들었다

등록 2016-10-05 21:54수정 2016-10-05 22:18

이기흥 초대 통합체육회장당선 의미
박근혜 정부 들어 통제 간섭 심해져
경력도 화려하지 않은 이기흥 전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이 통합체육회장에 당선된 것은, 현 정부의 지나친 간섭에 대한 체육인들의 ‘독립선언’ 메시지로 읽힌다.

2013년 정부는 4대악 척결이라며 대대적인 체육계 사정에 나섰고, 2014년 소치겨울올림픽 때는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가 금메달을 따자 청와대까지 나서 대한빙상경기연맹 내부의 파벌과 줄세우기가 문제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나 체육계 4대악 척결이라는 것은, 청와대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의 딸이 대한승마협회 주관 대회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지극히 사적인 불만이 정책라인을 거쳐 승마계 개혁으로 탈바꿈한 것으로 나중에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승마계 부패 집단이 주도가 돼 반대파를 제거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와 관련해 파벌의 주범으로 지목된 전명규 당시 대한빙상연맹 부회장 또한 정치적 목적에 의해 불명예를 뒤집어쓴 대표적인 사례다. 빙상계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클린 이미지’의 소유자이고, 안현수와 가장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스승임에도 파벌 지도자로 낙인찍혔다.

정부에 대한 반감은 승마계나 빙상계 내부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 과정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시간표를 짜놓고, 일정에 맞추지 못하면 50여개 종목단체에 재정적인 불이익을 준다고 협박을 하기도 했다. 지난 3월 통합체육회가 출범할 때는 인사에도 개입하면서 불만이 커졌다. 이 때문에 체육회 통합의 당위성을 인정하는 많은 체육인들조차 과거 정부와 비교해서 상상할 수도 없는 이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통제에 피로감과 반발감을 갖게 됐다.

이기흥 당선자는 반문체부 체육인의 대표적인 인사다. 대한체육회 부회장으로서 지난 2년간의 통합 과정에서 체육회 입장을 대변해왔다. 정부에 약점이 잡혔다고 알려진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이 문체부의 입장을 좇아갈 때, 그나마 내부 구성원들의 처지를 대변했다. 이런 까닭에 일찍부터 문체부한테는 눈엣가시였다. 실제 이기흥 당선자는 올해 검찰의 대한수영연맹 비리 수사로 수영연맹 회장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또 대한체육회가 회장 입후보 자격 규정을 변경하고, 이를 소급 적용하면서 이번 통합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낸 뒤 등록할 수 있었다.

문체부의 정치적 개입은 이번 체육회장 선거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가 공약으로 체육계 독립을 내걸자 곧바로 돌변했다. 문체부 정책관이 “정부는 중립이다. 그렇게 아시라”고 특정 후보의 참모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 사실이 지난달 말 문체부 국정감사에서 공개되면서 문체부의 “정치 개입”은 도마에 올랐다. 이번 선거에서 “문체부는 이기흥 후보만 안 되게 하면 된다는 입장”이라는 얘기가 퍼진 이유다.

대한불교 조계종 중앙신도회 회장이기도 한 이기흥 당선자는 최대한 자신의 네트워크를 활용했다. 하지만 체육회 통합 과정에서의 강성 이미지를 벗어나야 하고, 협상 파트너가 된 문체부와의 관계도 원활하게 풀어나가야 한다. 무력감에 빠진 체육인들의 힘을 모아야 하고, 정치적 독립을 위해 재정자립의 기반도 다져야 한다. 정치적으로도 야성이 강해 정부의 견제도 심할 것으로 보인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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