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참가 이후 뇌출혈로 쓰러졌던 고교 복싱선수가 한달 동안 사경을 헤매다 9일 결국 숨을 거뒀다.
경기 수원의 한 고교에 다니는 김아무개(16)군은 지난달 7일 충남 청양 군민체육관에서 열린 제48회 전국복싱우승권대회 고등부 64㎏급 8강전에서 판정패를 당한 뒤 잠시 관중석에 있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현장에 있던 의료진이 상태를 확인했을 때는 동공이 풀려 있었다. 김군은 닥터 헬기를 타고 천안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김군은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 속에서도 부모님을 호강시키겠다며 복싱 국가대표의 꿈을 키워왔다. 대한복싱협회에서는 김군의 병원비를 돕기 위해 현재 3차 모금운동을 진행중이었다. 복싱협회 관계자는 “현재까지 2000만원 정도를 모금했다. 기적이 일어나길 바랐는데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복싱인들은 한국 복싱이 침체기에 빠진 상황에서 이런 비극까지 터지자 참담한 심정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한국 복싱은 1980년대까지 인기를 누렸으나 생활수준이 좋아지고 ‘위험한 운동’이라는 인식이 강해 최근 쇠퇴의 길을 걸었다. 세계챔피언은 2007년 7월 챔피언 벨트를 반납한 지인진을 끝으로 명맥이 끊겼고, 아마추어는 올해 리우올림픽에서 역대 최저 인원인 1명만이 출전하는 수준으로까지 전락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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